샤이아 라보프의 '디스터비아' 리뷰

 

 

 

 

 

 

디스터비아 (Disturbia, 2007)

 

관음증(Voyeurism)까지는 아니지만 훔쳐보기를 소재로 한 영화는 많다. 멀리는 <디스터비아>의 원전이기도 한 알프레드 히치콕의 <이창 Rear Window, 1954>이 그렇고 <이창>을 오마쥬한 브라이언 드 팔머 감독의 <침실의 표적 Body Double, 1984>도 있다. 유사 소재로는 <내겐 너무 아찔한 그녀 The Girl Nest Door, 2004>, <잠복근무 Stakeout, 1987> 등이 있다. 그리고 요즘 TV와 거리에서 넘쳐나는 게 몰래 카메라(hidden, candid camera), 감시 카메라(cc-tv camera)다. 그러고 보면 훔쳐본다는 비이성적인 행태에 쾌감을 가지는 것은 어느 정도 인간의 본성인 듯하다. 사실 정신분석학자 중에선 극장에서 영화를 보는 행위가 태아가 엄마의 뱃속에서 세상을 바라보는 형태와 유사하다고 주장하는 사람이 있을 정도다. 영화를 본다는 행위가 다른 사람의 인생을 대리 체험하고 어둠 속에서 몰래 들여다보는 것이니 넓은 의미에서 훔쳐보기와 비슷하지 않을까.

 

 

 

<디스터비아>는 50년대의 <이창> 훔쳐보기를 21세기 새로운 세대가 선호하는 스타일의 영화로 재탄생시켰다. 심각하지 않고, 진지하지 않으며, 유머러스하고 속도감이 넘쳐난다. 거기에 마치 어얼리 어답터처럼 IT제품을 능숙하게 소비하는 세대가 그 IT기기들을 이용해서 사건을 흥미진진하게 파헤쳐 나간다. 그리고 범인의 집 반대편에 모델 같은 여자아이가 이사를 와 주인공의 조력자로 활약한다, 이해와 사랑을 동시에 주면서. 흥미를 끌지 않는다면 이상할 정도의 설정이다. 한쪽 창으로는 범죄를 목격하고 또 다른 편 창으로는 섹시한 여자를 볼 수 있으니 사실 관객 또한 눈 돌릴 틈이 없다. 얼마나 멋진 탐정놀이인가.  

 

이야기의 구조와 구성은 이전의 비슷한 영화들과 다를 바 없다. 하지만 진득함을 못 참는 세대를 대상으로 한 영화인 만큼 뜸 들이는 일 없이 사건은 일사천리로 진행된다. 그 속도감이 눈을 뗄 수 없을 만큼의 재미가 있다. 그 공은 감독인 D.J. 카루소에게 있고 영화의 전체적인 톤과 균형을 잡아주는 것은 전적으로 주인공 샤이아 라보프의 연기력이라 할 수 있다. 역시 샤이아 라보프는 물건이다. 그것도 확실한 대박이다. 그의 연기가 없었다면 음험한 훔쳐보기가 결코 귀엽고 쿨하게 보일 수 없었을 것이다.

 

 

 

 

로니 역의 아론 유 또한 인상적이다. 하지만 그 캐릭터가 결코 한국인의 캐릭터로는 보이지 않는다. 미국사회가 누누이 강조하듯이 한국출신인 것보다 미국시민인 것이 더 중요한 것처럼. 로니는 한국인의 흔적이 거의 남아 있지 않은 미국화된 캐릭터인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론 유는 개성 있는 자신만의 연기를 구축해낸 것으로 보인다. 앞으로 여러 작품에서 그를 만날 수 있을 듯하다.

 

 

 

 

영화를 다 보고 난 후에 드는 생각은 스토리의 구성에서 초반에 교통사고로 인한 아버지의 죽음이 주인공의 행동에 대한 결과를 만들어 내는 동기부여로는 너무 과도한 것이 아닐까 하는 것이다. 아버지의 죽음에 대한 책임 때문에 좌절해 있다가 뜻밖의 사건에 휘말리는 것이 아니라, 마치 아버지의 죽음이 뒤에 일어날 사건을 위해서 존재하는 것 처럼. 이는 초반의 너무 스피디한 이야기 전개에 원인이 있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아무튼 이 영화의 감독 D.J. 카루소는 이 영화로 촉망받는 감독의 대열에 들어섰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스필버그, 마이클 베이로 이어지는 흥행감독의 대열에 J.J. 에이브람스와 함께 뒤를 이을 것 같다. 새로운 세대의 구미에 딱맞는 영화를 만들어 냈기 때문이다.      

MOVIEBlogge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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