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들에게 꼭 권하고 싶은 영화 '로스트 라이언즈', 그리고 유감스러운 '킹덤'

 

양심의 폐부를 찌르는 날카로운 질문 <로스트 라이언즈>


독일의 나치스가 당시 독일인들을 우민화하기 위해 3S정책이란 것을 폈다는 사실을 책에서 읽은 적이 있다. 스포츠, 스크린(영화), 섹스를 가리키는 3S는 요컨대 정치현실로부터 국민의 관심을 돌리기 위한 도구였다.

 

하지만 3S정책은 나치만의 전유물은 아니었다. 민주주의의 모델이라 불리는 미국에서는 자본의 논리에 따라 프로스포츠가 일찌감치 발달했다.

 

높은 시청률과 천문학적인 광고료로 늘 화제가 되는 슈퍼볼 결승전이 한 예다. 뿐만 아니라 미국민은 다양한 형태로 파고드는 저급한 대중문화에 중독되어 있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을 정도다.


 

 

우리나라도 3S정책을 노골적으로 벤치마킹한 적이 있었다. 1980년대 초, 쿠데타로 정권을 잡은 신군부는 젊은이들의 관심을 돌리기 위해 여의도 광장에서 '국풍81'이라는 해괴한 축제를 열었다. 그리고 뜬금없이 프로야구와 프로축구 리그를 출범시켰고, 컬러TV 방송을 시작했다.

 

영화 분야에서도 외설물에 대한 심의를 대폭 완화시켜 그 뒤로 한국영화계가 꽤 오랬동안 성애물을 양산하도록 유도했다.(이는 나중에 방화=성애물 이라는 등식으로 이어져 한국영화에 대한 반감을 불러일으키는 원인으로 작용하기도 했다)

 

시대가 달라졌다지만 지금의 우리 현실은 어떨까? 아마도 <로스트 라이언즈>에서 미국이 처한 현실과 다를 바 없을 것이다. 주요 인터넷 포털에서는 연예인들의 이혼과 결혼 소식을 속보랍시고 내보내고,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미디어가 양산하는 연예소식에 빠져 있다. 어느 배우가 개런티로 몇 억을 받았는지, 어느 선수가 연봉으로 몇 십 억을 받았는지가 사람들의 주요 관심사다.  

 

<로스트 라이언즈>에서 감독, 출연, 제작을 맡은 로버트 레드포드는 영화내내 자신이 분한 스티븐 맬리 교수의 입을 통해 현실에 참여하라고 외친다. 전쟁에 참여해 죽어간 젊은 병사들을 어리석은 양들을 위해 사지로 내몰린 사자들에 비유하면서 그들의 자세와 의지만은 고귀한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리고 남은 사람들을 향해서는 전쟁은 어쩔 수 없는 것이라며 냉소적인 태도를 품거나 현실에서 도피하려고 하지 말고 잘못된 전쟁이라면 현실을 바로잡을 수 있도록 작더라도 할 수 있는 일을 찾아보라고 설파한다.

 

이 같은 주제의식은 야심찬 여당 국회의원과 노련한 기자의 인터뷰를 통해서, 세상을 변화시키기 위해 전쟁에 '참여'한 유색 소수 인종 학생들의 죽음을 통해서, 현실에서 도피하려고만 하는 어리석은 백인 학생에게 꾸짖음에 가까운 설득을 하는 노 교수를 통해서 뚜렷하게 드러난다.

아프가니스탄에서 작전을 수행하다가 죽음을 맞는 학생들의 플롯은 대립된 견해가 충돌하는 대화들과 맞물리면서 시대적인 불화 속에서 무엇이 중요한지 절절히 되돌아보게 한다. 전쟁에 나가서 죽는 것이 옳다는 이야기가 아니다. 현실에 대한 냉소와 무관심에 대해 반성해 보게 되는 것이다.

 

국내의 한 영화전문지는 이 영화가 부시정부의 정책을 비판하면서도 미국만세라는 한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시니컬한 리뷰를 내놓았다. 하지만 로버트 레드포드의 의도가 단지 미국을 미화하는 데 있는 것 같진 않다.

 

영화에서 열의에 찬 순수한 마음으로 군대에 지원했던 청년들의 주장은 우리에게 적용해도 별로 다를 바 없는 보편성을 갖는다. 그들의 대사에서 미국 대신에 한국이라는 단어를 집어 넣어보아도 달라질 것이 없기 때문이다.

 

로버트 레드포드 감독은 말했다. 영화를 보고 그 견해를 수용하는 것은 각자의 방식이고 시선이며 자신은 민주적으로 그 견해들이 소통되기를 원한다고. 한마디로 강요할 생각은 전혀 없다는 말이다. 오히려 너무 영악해서 그 주장과 지향점이 명분과 실리의 절묘한 균형을 이룬다고 해야 할까.

 

MOVIEblogger  ★★★

 

 

 


볼거리는 많지만 2% 부족한 영화가 되어버린 <킹덤>

 

영화 <로스트 라이언즈 Lions For Lambs, 2007>와 <킹덤 The Kingdom, 2007> 사이에 특별한 관련성이 있는 것은 아니다. 비슷한 점을 꼽자면 <로스트 라이언즈>는 아프가니스탄을 배경으로 대테러 전쟁(작전)에 관한 이야기고 <킹덤>은 사우디아라비아에서 벌어지는 테러와의 전쟁이다.

 

두번째는 <킹덤>의 각본가 매튜 마이클 카나한이 <로스트 라이언즈>의 각본도 썼다는 점이다. 게다가 <킹덤>의 감독 피터버그가 <로스트 라이언즈>에서는 아프가니스탄 군사작전을 지휘하는 고위 지휘관 역으로 나온다.  

 

논쟁을 통해서 관객에게 의미심장한 질문을 가슴 속 깊이 찔러주는 <로스트 라이언즈>와 달리 <킹덤>은 시종일관 폭발적인 액션을 보여준다. 이리저리 얽혀있는 테러에 대한 국제정치 문제, 복수와 그 복수가 불러온 보복에 대한 비판적 시각 등 을 드러내긴 하지만 본격적인 사회물로 보기엔 어렵고 액션물이라고 보는 것이 무방할 듯하다. 말 그대로 여전히 미국만세를 외치고 있는...

 

그럼 액션은 괜찮을까? 극장에서 영화를 보고 나오는 많은 관객들의 만족스런 표정을 보면 알 수 있듯이 돈을 쏟아부은 만큼이나 보여지는 비주얼은 그 값을 한다. 그러나 피터버그의 연출은 마이클 만 감독의 그것에 한참 못 미친다. 특히 액션장면에서 establishing shot(설정 샷)과 분절된 각각의 샷이 유기적인 배치를 이루지 못한다.

 

 

그래서 액션시퀀스를 보면 정신만 없을 뿐이지 실제 액션이 일어나는 공간이나 인물들의 움직임이 어떻게 이루어지는지는 알기가 쉽지 않다. (스필버그 감독의 걸작 전쟁영화 <라이언 일병 구하기>의 전투 씬과 비교해보라. 세밀한 차이를 알 수 있을 것이다.) 

정서적인 준비와 여파를 보여주는 몽타쥬 씬은 어울리지 않게 배치되었고 어딘지 모르게 불편하게 이어지는 리듬감과 템포는 마이클 만 감독의 영화에서 보아왔던 것과는 많은 차이가 난다.

 

또 극장 사운드 시스템의 문제인지는 모르겠지만 영화의 사운드 효과도 너무 밋밋해서 도심 시가전에서 다연발되는 총소리의 멋진 울림을 처음 선보였던 <히트>와 너무 비교가 된다.


노골적인 미국우월주의를 내세우는 이상, 악순환을 불러온 보복의 기원을 슬쩍 건드려주는 정도로는 아무 문제도 해결되지 않는다. 할리우드는 다른 왕국을 탓하기 이전에 그들의 제국을 먼저 돌아봐야 할 것이다. 

 

MOVIEBlogger  ★★☆

 

"시대가 변했다"

<로스트 라이언즈>에서 톰 크루즈가 연기한 제스퍼 어빙 의원의 말이다.

"그 시대를 변하게 한 것은 무엇인가?"

메릴 스트립이 연기한 기자, 재닌 로스의 말이다.

영화를 보고 스스로 판단해 보시라. 과연 당신의 견해는 무엇인지. 특별히, 동시대를 살아가는, 지금 대학을 다니는 우리 젊은 학생들에게 묻고 싶다.

혹시 현실을 외면하거나 현실에 무감각해져 있는 것은 아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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