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체 미이라랑 무슨 원수가 졌길래! '미이라 3: 황제의 무덤' 리뷰

 

미국 영화 역사상 최고의 오락물을 하나만 꼽으라면 단연코, 무조건 인디아나 존스 시리즈다. <레이더스>로 처음 만났던 인디아나 존스 박사! 그때는 정말 이렇게 재미있는 영화가 있었나 싶었더랬다.

<인디아나
존스 3>가 나온 이후로 무려 19년, 도저히 참을 수 없는 인내심을 가지고 인디아나 존스 님이 어서 돌아오시길 기다리고 또, 기다렸다. 그렇게 인내심과 비례해서 커진 기대감으로 목욕재개 하고 본 <인디아나 존스 4>는, 그러나 그 기대를 배반하고 못내 적지않은 아쉬움을 주었다.

물론 역시나 인
디아나야! 하는 쾌재도 없었던 건 아니다. 그러나, 고대의 암호를 풀어가면서 보물을 찾으러 가는 과정, 즉 이전 단계에서 다음으로 넘어가는 상황상황들이 이전 작품들에 비해 그다지 촘촘하지 못했고 이야기의 많은 연결고리들이 비주얼보다는 배우들의 대사를 통한 지루한 설명에 더 의존했다.

무엇보다  <인디아나
존스> 시리즈의 전매특허나 다름없는, 무성영화 시절의 키스톤이나 버스트 키튼 식의 희극 액션을 변용한 액션씬들은 이전만 훨씬 못해졌고 양도 적어졌다. 그동안 물가가 많이 올라선가? 아니 우리들의 해리슨 포드님이 너무 연로하셔서 그랬으리라.

결국, 나중에 조지 루카스가 타임즈와 가진 인터뷰를 통해 스필
버그가 <인디아나 존스 4>에 그다지 애정을 갖지 않았음이 밝혀졌다.(역시나...^^;) 조지 루카스, 해리슨 포드와 함께 서로의 의견을 이리저리 섞은 작품이 되다 보니 어딘가 얼기설기한 밋밋한 영화가 된 것이다.(너무 아쉬워ㅜㅜ)

다행인지는 모르겠지만 스필버그가 <인디아나 존스 5>에는 의욕을 보인다
니 한 번 더 기대해볼까?    


 

<미이라> 시리즈는 왜 <인디아나 존스> 시리즈를 따라 갈 수 없을까? 그것은 아류작이 갖는 태생적 숙명이기도 하다. <인디아나 존스>가 없었다면 과연, <미이라> 시리즈가 있었을까? 그래서 <미이라> 시리즈는 <인디 존스>를 그대로 따라만 했다는 말을 듣기 싫어 소재로서 미이라에 집중하는 차별성을 두었다. 그 무엇보다 미이라만을 상대하고 특히 절정부분에서 미이라들끼리의 전투를 차별성으로 내세우는 컨셉이 된 것이다.

 

 

 

<인디아나 존스>도 초자연적인 현상과 고대 유물을 추적하기는 마찬가지나 싸움의 적은 어디까지나 인간들이다. 나치며, 인도의 사교집단이며, 러시아의 붉은 군대다. 그런데 <미이라>에서 싸움의 대상은 인간들이 아니라 부활한 미이라다. 미이라가 인류 공공의 적인 것이다. 여기서 두 시리즈 간의 장르적인 차이가 난다. <미이라>는 판타지 쪽에 훨씬 더 가깝다. 이야기의 리얼리티보다는 보여주기를 선택했달까.  

어쨌거나 그런 미이라에 대한 집착이, 서구인들의 아시아에 대한 무지와 편견이 그렇게 만들었는지는 모르지만, 3편에서는 진시황과 그 무덤의 진용을 뜬금없이 미이라로 탈바꿈시켜 놓았다. 하기야 박제되었다는 점에선 둘 다 마찬가지일까? 서구인들의 편견을 탓하는, 이젠 뭐 딱히 삐딱할 것도 없는 시선으로 영화를 보다가 아시아에선 최고 스타들인 이연걸과 양자경이 서로 칼을 겨누면서 싸우는 걸 보니, 마치 장기판의 말들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초라해 보였다.

 

 

 

 

거기다가 영국에서 날아온 주인공들은 수천 년의 역사가 베인 아시아의 문화재를 보고도 별로 감탄하는 기색도 없고 그 보물들을 누구 개집인 양 훼손하기를 아무렇지도 않게 생각한다. 그냥 세튼데 뭘? 아니다. 바로 그런 안이함이 리얼리티를 떨어뜨리는 요소가 되는 거다. <인디아나 존스> 시리즈에서는 적어도 고대의 문화재를 보고 그 신비감에 감탄하는 설정이라도 나온다. 좀더 세밀하지? 에이!  판타지니 그냥 즐기면 되지 뭘?^^;


 



아무튼 <인디아나 존스> 시리즈와 비슷한 듯 하면서도 다른 <미이라> 시리즈는 주인공의 캐릭터도 얼핏
비슷해 보인다. 하지만 브랜든 프레이저가 맡은 릭 오코넬은 고고학자인지, 미이라3에서 알려지는 것처럼 스파인지 아니면 그냥 싸움꾼인지 알 수가 없다. 적어도 인디아나 존스 박사는 생각을 하고 말하는 것 같은데, 프랜든 프레이저는 영화 내내 그의 풀린 눈처럼 아무 생각없이 이야기만 쫓아간다.
 
원래 이런
류의 영화들에서, <인디아나 존스>도 그렇듯이 스토리라인이야 단순한 것이고, 문제는 그 에피소드들이 얼마나 촘촘하고 자연스럽게 이어지느냐가 관건인데, <미이라 3>의 얼기설기한 플롯과 상황은 눈엣가시같다.

 

 

 

 

예를 들어 아들과의 싸움을 말리려다 만난 '미친개(릭의 친구)'는 단지 그들을 이리저리 실어나르기 위한 장치로서만 존재할 뿐이다. 그럴 것을 초반에 너무 떠들썩하게 만난 것 아닌가? 그리고 살아 생전 볼 수 없는 비밀의 땅 샹그릴라를 보고도 그냥 넘어가고(세상을 구하기 위해서?), 영생의 샘이 가진 능력을 맛보고도 상처에 붙인 밴드처럼 당연하게 생각한다. 제 아무리 귀중한 보물이 있다한들 주인공들도 관심이 없는데 관객들이 과연 호기심을 가지겠는가? 위에서 말한 것처럼 진지함에서 나오는 리얼리티는 여기저기서 바닥에 떨어져 접시 깨지듯 깨지는 것이다. 에이! 그저 즐기면 되지, 뭘... ^^;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이라3>에서 재미를 주는 것은 <인디아나 존스 4>에서 아쉬웠던 액션씬들이다. 사실 이것을 보여주기 위해 시리즈로 부활했겠지.^^ 대규모로 투입된 물량을 보여주는 각 단계별 액션씬들은 다양한 형태로 집중력있게 설계되어 있고 박진감을 준다. 새로이 감독을 맡은 롭 코헨의 능력이리라. 그는 자신의 전작들에서 이미 수려한 액션씬을 뽑아내는데 재능을 보여주었다.

그리고 실사와 같이 합성된 CG 또한 A급의 비주얼을 보여준다. 만약 <미이라 3: 황제
의 무덤>이 흥행에 성공한다면 그런 공들인 액션 장면들 때문일 것이다. 그중에서도 티벳의 설인이라는 예티가 나오는 씬은 꽤나 신선하기도 했다. 그래도 스필버그가 제대로 맘 먹고 덤비면 더 잘할걸.

평일의 한낮인데도 큰 극장이 거의 꽉 찬데다 여기저기서 여성관객들이 내지르는 비명을 듣자니 <미이라3>의 흥행이 예감되었다. 그래 그냥 즐기자!

 

P.S. 시리즈물의 맹점이기도 하지만 <미이라 1, 2>편에서 레이첼 와이즈가 맡았던 에블린 역이 왜 마리아 벨로로 바뀌었을까? 궁금하다. 그러고도 대사 한줄로 천연덕스럽게 넘어가는 장면이 참 황당하더라. 그리고 아들은 무슨 아들, 아무리 봐도 조카 정도더만. 

      

MOVIEblogge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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