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질라 Godzilla' 불만이다! 늦은 후기

= 일부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

영화 '고질라'는 개봉하기도 전부터 한국 관객들의 눈길을 끌었다. 이유는 바로 고질라 뒤로 욱일승천기를 연상케 하는 문양이 턱하니 박혀 있는 영화 포스터 때문이었다. 영화제작사는 곧바로 사과와 더불어 그 포스터를 삭제했다. 하지만 그 일로 인해 관계자들이 노이즈 마케팅을 의도했든 의도하지 않았든지와는 상관없이 사람들에게 '고질라'라는 영화를 각인시키는 성과를 낸 셈이 되었다.

사실 고질라는 개봉 훨씬 전부터 팬들의 주목을 끌어왔다. 시차를 두고 하나둘씩 노출된 포스터와 예고편은 '고질라'에 대한 기대치를 한껏 높였다. 그도 그럴 것이 예고편에서 보여진 압도적인 스케일과 창의적인 이미지들이 팬들의 소름을 돋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롤랜드 에머리히 감독의 1998년 작 '고질라'에 실망했던 사람이라면 아마도 기대가 더 컸을 것이다. '문제는 크기 Size Does Matter'라며 고질라의 크기뿐만 아니라 타 블록버스터들과 비교우위의 규모를 내세운 롤랜드 에머리히 감독의 야심찬 '고질라'는 스토리에 문제를 드러내며 실망스런 흥행 성적을 거두었다. 재기 넘치는 카피에 비해 영화는 킹콩의 진부한 도마뱀판 같았달까.

그러면 2014년 버전의 '고질라'는 어떨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좀 불만이다. 그리고 아쉬웠다.

일단 2014년 판 이야기의 시작은 꽤 흥미롭다. 필리핀의 한 광산이 붕괴한 뒤 일본의 원전 지역에서 원인 모를 사고가 일어난다. 핵발전소에서 근무하던 조 브로디는 안타깝게도 그 사고로 같이 일하던 자신의 아내를 잃는다. 그는 시간이 한참 지난 후에도 일본을 떠나지 않고 아내를 잃게 만들었던 원전 사고의 비밀을 풀기 위해 애를 쓴다. 

영화가 시작되고 여기까지는 '와! 잘하면 뭔가 나오겠다. 정말 괜찮은 작품일 수도 있겠구나' 하는 기대감이 가득 차 오른다. 게다가 고질라 탄생과 원전 사고의 비밀도 참신한 발상이었다. 스포일러임으로 여기서 더 이상은 언급하지 않겠다.

하지만 딱 거기까지였다. 
 

시각효과 디자이너 출신의 가렛 에드워즈 감독의 '고질라 Godzilla, 2014'는 1998년 작 '고질라'의 실패를 답습하지 않으려는 듯 설정Hook에 많은 공을 들였다. 그리고 감독은 특히 자신의 전문 분야에서  재능을 마음껏 뽐냈다. 시각 효과만큼은 놀라울 정도로 그 크기가 거대하고 다채로웠다.   

그러나 역시 문제는 이야기였다. 롤랜드 에머리히의 '고질라'가 성공적이지 않았던 이유가 역설적으로 크기가 문제가 아니었듯이 2014년 판에서는 고질라가 니 편이냐 내 편이냐가 문제가 아니다.

참신한 설정에 비해 훅을 풀어가야 하는 그 이후의 이야기는 1998년 판의 스토리만큼이나 단선적이었다. 영화의 전반부에서 그렇게 서늘하게 바람을 잡은 것에 비해 문제를 해결하는 이후의 논리는 너무 빈약했다.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설정 이상의 풍부한 플롯은 찾아 볼 수가 없었고 입이 떡 벌어지는 스케일과 소름끼치는 비주얼이 난무하지만 정작 이야기는 앞뒤 보지 않고 결승선을 향해 질주하는 말과 같았다. 그래서일까 영화가 끝나고 극장을 나서는데 내용이 잘 기억이 나질 않았다.

메시지는 또 어떤가. 인간들은 자신들이 애써 외면하고 있던 잘못들이 만들어낸 괴물과 그 괴물이 일으킨 재난 앞에 속수무책이다. 그런데 또 다른 괴물이 나타난다. 그 괴물이 인류의 구원자란다. 그 구원자 고질라가 하는 일을 두고 인간이 망친 환경을 자연이 균형을 잡아 회복시키는 것이란다. 고질라가 인간의 이성을 뛰어넘는 지구를 보호하는 신과 같은 대자연의 상징이라고? 참 거창하다. 내가 고질라에 대한 로망이 없어서인지는 몰라도 거대한 재난에 비해 정작 고질라는 영화에서 귀여운 뚱땡이 도마뱀 같던데. 불만이다. 고질라에게 로망을 가진 팬들에겐 미안하다.

말이 나왔으니 말인데 아무리 주인공이라지만 포드 브로디는 그 많은 위기 상황 속에서도 혼자서만 왜 그렇게 잘 살아남는가? 어떻게가 아니고 왜이다. 운도 한두 번이면 족하다. 그만큼 생존 상황이 중복되고 그 과정이  설득력이 부족하다는 이야기다. 덧붙여서 포드 브로디의 달달한 가족 이야기는 왜 그리 짧은가. 관객이 그 가족에게 감정이입이 되기엔 분량이 너무 부족하다. 다른 이야기들을 생략하더라도 좀 더 가족에게 포커스를 맞췄더라면 좋았을텐데.

또 다른 불만은 닥터 세리자와가 이야기의 진행에 있어서 아무런 해결책도 제시하지 못하고 영화 내내 넋나간 표정만 짓다가 만다는 것이다. 그 괜찮은 배우를 로봇으로 만들어 놓다니.

하지만 영화에서 그려지는 재난만큼은 아주 볼만했다. 고질라의 압도적인 느낌을 재난의 스케일로 치환시켜 표현했달까. 좀 황망한 이야기가 그나마 연속되는 실감나는 재난 장면들 때문에 묻혀간다.

재난 상황의 연출이 좋다보니 차라리 가렛 에드워즈 감독이 '고질라'가 아니라 롤랜드 에머리히 감독의 또다른 작품인 '2012' 같은 재난 영화를 만들었으면 어땠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초딩들이나 좋아할 만한 피규어같은 괴물들끼리 싸우는 내용이 아니라 종말적 상황을 다룬 비현실적인 재난을 그리되 자연 재난 영화였다면.

물론 그랬다면 괴물이 던진 전투기가 상륙정 옆으로 날아오는 일은 없었겠지만 그가 그리는 재난은 아주 섬뜩할 것 같다. 앞서 이 영화의 결론이 아쉬웠다는 이유가 여기 있다. 그런 장점이 있었단 이야기다. 기회가 된다면 가렛 에드워즈가 만든 '2012' 버전도 꼭 한번 보고 싶다.

마지막 불만으로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든 '고질라'의 국내 카피를 보자. '고질라, 쓰나미, 전세계 초토화' 음, 그래서 어쩌라고?

MOVIEblogge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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