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적자'의 숨겨진 코드, 블라인드 블레이크 미스터리

<추적자>는 잭 리처 시리즈의 첫 편인 <Killing floor>를 옮긴 작품으로 무려 500페이지가 넘는 상당한 두께의 책이다. 이 책을 읽다보면 그 재미에 쉽게 빠져 들기도 하지만 도대체 작가가 어떤 사람일까 하는 궁금함이 머리에서 떠나질 않는다.

저자인 리 차일드는 영국 맨체스터 그라나다 방송국의 송출감독으로 20여 년간을 근무한 뒤 1995년 구조조정으로 해고되었다. 평소 책벌레였던 그는 이 책을 써서 단번에 스타작가로 떠올랐다고 한다. 이후 잭 리처 시리즈는 현재까지 12편이 출간되었고 전 세계 40여 개 나라에서 출판되어 2천만 부 이상의 판매고를 올렸다.

역자도 밝혔듯이 리 차일드는 40이 넘은 나이에 자신이 했던 일과는 전혀 상관없는 분야의 일을 시작해서 성공한, 대단히 드문 경우라고 할 수 있다. 무엇이 그가 성공할 수 있도록 만들었을까? 타고난 글쓰는 재주가 남달랐을지도 모르지만 그 비밀의 해답은 그가 원래부터 엄청난 책벌레였다는데 있는 것 같다. 역시, 사람은 책을 많이 읽어야 한다. 내공은 책을 많이, 그리고 깊이 있게 읽음으로써 쌓이는 법이다.   

<추적자> 시리즈가 주는 재미는 여타의 탐정 소설이나 스릴러 소설이 그러하듯 멋진 캐릭터와 탄탄한 스토리일 것이다. 나는 스토리의 구성보다는 잭 리처라는 캐릭터에 점수를 더 주고 싶다. 저자의 이상이 반영된 이 멋진 캐릭터는 전 세계를 옮겨다닌 군수사관이라는 독특한 이력과 더불어 지적이면서도 액션스타로서의 면모를 보여준다. 그에 비해, 스토리 구성은 잘 짜여졌긴 하지만 예측이 가능하다는 점과 다소 설득력이 떨어지는 부분이 있는 것이 감점요인으로 보인다.

잭 리처라는 주인공의 이름은 아마도 리 차일드 자신의 이름에서 따온 것이 아닐까 싶다. 그의 로망이 담긴 캐릭터랄까. 그런 애착이 12편의 시리즈를 잇게 했을 것이다.

어쩌다가 영국에 살고 있는 영국인 작가가 잘 알려지지 않은 미국 조지아 주의 마그레이브라는 곳을 무대로 소설을 썼을까? 소설 속에서 주인공 잭 리처는 마그레이브라는 마을 근처를 지나다가 형 조의 편지를 떠올리고는 버스에서 무심코 내리게 된다. 형 조는 그 편지에서 자신이 산 음반 재킷에 유명한 블루스 기타 연주자인 블라인드 블레이크가 마그레이브에서 죽은 것으로 적혀 있었다고 써놓았던 것이다.

잭 리처의 심정으로 그 동기를 추적해보자면, <추적자>에는 블라인드 블레이크(Blind Blake)를 비롯해서 하울링 울프(Howling Wolf), 보비 블랜드(Bobby Bland) 등의 블루스 아티스트들의 음악을 듣고 흥얼거리는 장면이 도처에 나온다.

그런데, 소설에서 블라인드 블레이크는 마그레이브의 유력한 인물에게 살해당한 것으로 나오는데, 이것은 순전히 작가의 상상에서 나온 산물이다. 왜냐하면 블라인드 블레이크는 실존인물인 반면, 그를 죽인 범인은 소설에만 나오는 허구의 인물이기 때문이다. 이것은 영화 <포레스트 검프>에서 검프가 미국 역사의 중요한 인물을 실제로 만난 것처럼 합성한 것과 비슷한 상상력이 아닐까?

실제로 블라인드 블레이크의 죽음은 미스터리에 쌓여있다. 그래서 아마, 리 차일드는 그것에서 이 소설의 소재를 찾았을 것이다.

블라인드 블레이크의 죽음에 대해서는 몇몇 블루스 아티스트들이 저마다 다른 이야기를 전했는다. 1941년에 애틀란타에서 전차 사고로 죽었다는 이야기가 있는가 하면, 술을 너무 많이 마셔서 알콜질환으로 죽었다는 이야기도 있다. 또 1930년 무렵에 시카고 거리에서 살해되었다는 설, 1930년대에 세인트 루이스에서 죽었다는 설, 그리고 1932년에 졸리엣에서 죽었다는 설도 있다. 그리고 1934년에 뉴욕에서 전차에 치어 죽었다고 하는 사람도 있지만 뉴욕이나 애틀란타 시에는 그런 기록이 없다고 한다. 출생지나 사망지조차 불확실한 그에게 확실한 것이라고는 그의 레코딩 기록 뿐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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