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서받지 못한 자 Unforgiven, 1992' 클린트 이스트우드의 마지막 서부극

'용서받지 못한 자'는 클린트 이스트우드 감독이 주연과 연출을 맡은 서부극 영화다. '블레이드 러너'(1982), '12 몽키즈'(1995)의 각본가 데이비드 피플즈가 이 영화의 아이디어를 떠올린 것은 1970년대 후반인데 클린트 이스트우드는 그의 시나리오를 1980년대 초반에 보았으나 주인공 윌리엄 머니와 같은 나이가 되기를 기다려 1992년에 영화를 내놓았다.

1880년 와잉오밍 주 빅 위스키. 매춘부 한 명이 카우보이들에게 칼부림을 당하는 사건이 일어나지만 폭력적인 보안관 리틀 빌(진 핵크만)은 그들을 벌금형에만 처하고 풀어준다. 이에 분노한 매춘부들은 범인들에게 거액의 현상금을 내건다.

그 현상금을 노린 젊은 총잡이 스코필드가 과거에 유명한 총잡이이자 강도였던 윌리엄 머니(클린트 이스트우드)를 찾아온다. 윌리엄은 아내를 만나면서 오래 전에 총잡이 일을 은퇴했고 2년 전 아내가 숨진 뒤에는 홀로 두 자녀를 키우면서 살아왔다.

아이들을 위해 돈이 필요했던 윌리엄은 결국 스코필드의 제안을 받아들이고 친구 네드(모건 프리먼)에게도 도움을 청한다. 하지만 윌리엄 일행은 마을에서 보안관 리틀 빌 일당에게 붙잡혀 폭행을 당하고 쫓겨나는데.

'용서받지 못한 자'는 클린트 이스트우드가 자신이 출연하는 마지막 서부극이라고 밝힌 작품이다. 화려한 총격 장면을 볼거리로 내세웠던 서부극 장르는 1960년대 이후 선과 악의 대결이라는 구도를 점차 탈피했는데 이 작품 역시 선과 악의 대결보다는 기존 서부극에서 보여진 폭력성과 그 악순환을 성찰하고 반성하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윌리엄이 스코필드에게 '사람을 죽이는 것은 그 사람의 모든 것과 미래까지 빼앗는 일'이라고 말하는 대사는 그 같은 메시지를 대변한다. 클린트 이스트우드는 리틀 빌 역을 제안 받은 진 핵크만이 당시 미국에서 일어나는 폭력 사고에 대한 우려를 전하자 이 영화에서는 폭력을 미화하지 않는다고 설득했다.

'용서받지 못한 자'는 제65회 미국 아카데미상 시상식에서 작품상, 감독상, 남우조연상, 편집상을 수상하며 비평적으로 인정을 받았는데 서부극이 작품상을 받은 사례는 '시머론'(1931), '늑대와 춤을'(1990)과 더불어 단 세 번뿐이라고 한다.

클린트 이스트우드는 자신의 어머니를 극중 엑스트라로 출연시켰으나 러닝타임 때문에 그 장면을 삭제해야 했는데 영화가 아카데미상을 수상하면서 어머니에게 '용서받은 자'가 되었다고.

한편 '용서받지 못한 자'는 재일교포 감독 이상일이 19세기 말 막부시대를 배경으로 와타나베 켄이 주연을 맡은 리메이크작으로 만들기도 했다(아래 두 번째 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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