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다니엘 블레이크 I, Daniel Blake, 2016' 신파가 아닌 진정한 감동

'나, 다니엘 블레이크'는 영국의 거장 켄 로치 감독이 연출하고 폴 래버티가 각본을 쓴 사회 드라마 영화다. 2014년에 은퇴를 선언했던 켄 로치 감독은 이 복귀작으로 제69회 칸영화제 황금종려상을 수상했다.

뉴캐슬에서 홀로 살아가는 다니엘(데이브 존스)은 환갑을 눈앞에 둔 목수다. 심장이 좋지 않아 당분간 일을 못 하게 된 그는 당국에 질병수당을 신청했지만 심사에서 탈락한다. 항소를 진행하는 동안 궁여지책으로 구직수당이라도 받으려 하지만 그마저도 까다로운 절차 탓에 쉽지 않다.

복지센터를 찾아간 다니엘은 그곳에서 실랑이를 벌이는 싱글맘 케이티(헤일리 스콰이어)를 만난다. 어린 두 자녀를 데리고 런던에서 이사를 온 그녀는 당장 전기세조차 내지 못하는 형편이다. 다니엘은 자신의 힘이 닿는 데까지 케이티를 돕고 나서지만 두 사람 모두 직장도 얻지 못하고 수당도 받지 못하면서 점점 더 힘겨운 처지로 내몰린다.

'나, 다니엘 블레이크'는 다니엘과 케이티의 이야기를 통해 영국 복지제도의 문제점을 신랄하게 고발한다. 2006년작 '보리밭을 흔드는 바람'에 이어 두 번째로 황금종려상을 받은 켄 로치 감독은 '우리는 희망의 메시지를 전달해야 하고 지금과는 다른 세상이 가능하다고 말해야 한다'며 신자유주의를 비판하는 수상 소감을 밝혔다.

해외 평단의 반응은 대부분 호평이었다. '더 플레이리스트'는 이 영화가 기교 면에서는 기초적이지만 휴머니티와 배려라는 주제를 그 중심에 둠으로써 동력을 얻어내고 있다며 작품이 깊이를 얻기 위해 반드시 복잡하거나 현란할 필요가 없음을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더 플레이리스트'의 평처럼 '나, 다니엘 블레이크'는 단순한 이야기를 통해 깊은 울림을 전달한다. 특히 많은 매체들이 가장 인상적인 장면으로 꼽는 푸드뱅크 시퀀스는 켄 로치 감독과 폴 래버티가 사전 조사를 통해 실화에서 빌려온 것으로, 그 리얼리티가 가슴 아픈 공감을 잘 이끌어낸다. 극중에서 케이티를 돕는 푸드뱅크 직원은 배우가 아닌 실제 직원이었다고.

그러나 켄 로치 감독은 관객이 슬픈 현실을 깨닫고 거기에 감정적으로 머무르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 그것은 다니엘이 항고 때 읽으려던 원고의 내용을 케이티가 읽어 내려가는 마지막 장면에서 분명하게 드러난다. 영화는 케이티를 비롯해 다니엘을 아꼈던 사람들이 느끼는 슬픔에 깊이 동참할 여지를 주지 않고 곧바로 끝을 맺는데 이것은 감정에 빠지지 말고 현실을 직시하라는 강력한 메시지나 다름 없다. 혹자는 이 장면을 두고 자신이 죽으면 슬퍼하지 말고 단결하라고 했다는 미국의 노동 운동가 조 힐의 말을 떠올리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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