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극의 쉐프 南極料理人, The Chef Of South Polar, 2009' 사카이 마사토의 극한직업

'남극의 쉐프'는 오키다 슈이치 감독이 각본과 연출을 맡은 일본 코미디 영화로, 니시무라 준의 자전적 에세이 '재미있는 남극요리인'이 원작이다.

요리사인 니시무라(사카이 마사토)는 해상보안청에서 근무한다. 가족들과 떨어져 지내는 생활을 생각해보지 않았던 그이지만 원래 파견이 예정된 동료가 교통사고를 당하는 바람에 그가 반강제로 동료 대신 남극의 돔 후지 관측기지로 파견된다.

니시무라를 포함해 8명의 대원이 1년 넘게 함께 생활해야 하는 돔 후지 관측기지는 후지산보다 고도가 높고 평균 기온이 영하 54도에 이르는 극한 지역. 너무 추워서 펭귄과 바다표범은 물론이고 심지어 바이러스조차도 살기 힘든 곳이다.

저마다 임무와 처지가 다른 대원들은 차츰 니시무라가 만들어주는 음식을 기다리는 낙으로 하루 하루를 버티는데 어느 날 기지 안에 라면이 다 떨어지면서 대장이 크게 낙심하는 상황이 된다. 라면을 만들려면 간수가 꼭 필요한데 니시무라의 묘안은 무엇일까?

원작 '재미있는 남극요리인'은 고립된 환경 속에 가족을 그리워하며 사는 남극대원들의 생활을 위트 있게 그려내 많은 찬사를 받았는데 저자 니시무라 준은 실제로 1989년과 1997년 두 차례에 걸쳐 남극탐험에 참여해 그곳에서 생활한 이력이 있다고 한다.

그 덕에 영화 '남극의 쉐프' 역시 단순히 상상만으로는 쉽게 떠올릴 수 없는 남극대원들의 생활을 리얼하게 그리면서도 코미디 드라마답게 매순간 유머를 덧칠했다. 하지만 스토리에 이렇다 할 극적인 요소가 없는 탓에 러닝타임 125분의 전개는 다소 지루하게 느껴진다. 이에 대해 한 평론가는 남극대원들이 느끼는 느릿한 시간의 흐름을 영화에 반영한 것이라고 긍정적으로 평가하기도 했다.

아쉬운 점은 남극 생활에 대한 어린이의 질문에 니시무라가 내놓는 대답처럼 그곳에서는 식재료를 공수하기 때문에 먹는 음식이 일본과 별 다르지 않아 눈길을 끌 만한 요소가 없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대원들이 니시무라가 준비한 음식을 열심히 먹고 있는 장면을 보노라면 일상의 근심이 사라지는 기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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