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극지련 南极之恋, Till the End of the World, 2018' 세상 끝에서 만난 절망 속의 사랑

'남극지련'은 중국 모험 멜로 드라마로, 연출을 맡은 오유음 감독이 2014년에 자신이 발표한 같은 제목의 소설을 각색한 영화다. 관금붕 감독이 공동 제작자로 참여했다.

남극에서 웨딩 사업을 하려는 젊은 사업가 푸춘(조우정)과 물리학자 루이(양자산)는 비행기가 눈폭풍을 만나는 불운 속에 남극의 설원으로 추락한다. 조종사와 루이의 동료 러시아 여성이 사망하면서 살아남은 사람은 푸춘과 루이뿐이다.

푸춘은 다리가 부러진 루이와 함께 설원을 헤매다가 나무 오두막을 발견한다. 중국인들이 머물렀던 관측소로 추정되는 그곳에서 둘은 얼마 남지 않은 기름과 음식으로 버티면서 극야가 오기 전인 약 75일 안에 과학기지를 찾아야만 한다. 푸춘이 매일같이 설원 너머로 기지를 찾아 나서는 가운데, 극한을 넘나드는 상황 속에서 둘 사이에 애틋한 감정이 싹튼다.

'남극지련'은 여러 모로 불과 4개월 먼저 공개되었던 이드리스 엘바와 케이트 윈슬렛이 출연한 '우리 사이의 거대한 산'을 연상시키는 작품이다. 한국 영화 '수상한 그녀'의 중국 리메이크작인 '20세여 다시 한 번'의 양자산이 조우정과 함께 주연을 맡았다. 음악은 '하울의 움직이는 성' 등으로 유명한 히사이시 조가 맡았다.

2년간의 제작 기간을 거친 '남극지련'은 다큐멘터리를 제외하고 영화 역사상 실제로 남극에서 촬영한 최초의 장편 영화라고 한다. 극중에서 조우정은 햇빛에 눈을 다치는데, 실제로 촬영 중에 눈을 상하기도 했다고. 엔드 크레디트에 실제 촬영 과정을 보여주는 기록 영상이 포함되어 있다.

'남극지련'은 재난 상황을 극복하려는 생존 드라마와 멜로가 함께 있는 작품이지만 그 사이에서 균형을 잘 잡는 편은 아니다. 오히려 로맨스보다는 생존 드라마에 가깝다. 단순한 이야기에 비해 러닝타임이 긴 편인데, 반복되는 비슷한 재난 상황을 줄였더라면 더 나았을 듯하다. 하지만 긴장과 이완을 반복하면서 쉽게 예측할 수만은 없는 플롯은 예기치 않은 결말을 보여줌으로써 흥미를 준다.

'남극지련'에는 상식을 벗어나는 여러 가지 장면들이 나오는데, 영하 30도에서 60도까지 육박하는 추운 환경에서 주인공들은 크게 추워 보이질 않고 빙판 아래의 물 속에 빠져 있다가도 너무 쉽게 살아 돌아온다. 또 나무 한 그루 보이지 않는 설원에서 나무로 지은 오두막 관측소는 잘 어울리지 않는다. 차라리 컨테이너 박스로 만든 관측소가 더 맞을 듯.

'남극지련'에 대해 해외 평단은 '인간의 곤경에 무관심한 자연이라는 주제의식은 감상의 눈사태 속에 파묻혔다', '로맨스물로 알려졌지만 실제로는 로맨스가 없다', '남극의 광경은 큰 스크린에서 볼 만한 가치가 있지만 너무 길다', '로맨스를 싫어하는 사람들을 위한 로맨스 영화' 같은 평가를 내렸다.

팬들은 '러브 스토리의 외피를 입은 생존 영화', '진실하고 따뜻한 로맨스, 기대 이상으로 괜찮은 작품', '광활한 남극 풍경을 담은 촬영은 뛰어나지만 CG 등의 특수효과는 다소 실망스럽다', '슈뢰딩거의 고양이 같은 결말', '영화에 주제가 없다' 등의 의견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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