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마전: 황금룡의 부활 降魔传, The Golden Monk, 2017' 영화 후기, 왕정 감독의 또 하나의 졸작

'항마전: 황금룡의 부활 降魔传, The Golden Monk, 2017'을 보았다. 중국의 민간 고사가 바탕이 된 코미디 판타지 영화는 왕정 감독이 각본, 연출, 제작을 맡아 불교적 세계관에 러브 스토리를 결합시킨 전형적인 중국 판타지물이다.

남송 왕조시대. 항저우는 요괴들의 갑작스런 창궐로 백성들이 곤경에 처한다. 이에 황제가 퇴마사를 불러모으자 현광사의 승려 부동(정개 Ding Kai 郑恺)과 여성 퇴마사 청청(장우기 Zhang Yuqi 張雨綺)을 비롯한 많은 이들이 각지에서 항저우로 모여든다.

부동과 청청은 원래 천상계에서 요괴를 퇴치하던 금동과 선녀인 옥녀였지만 율법을 어기고 서로 사랑을 하다가 신들의 노여움을 산다. 그리고 지상으로 떨어진 뒤 서로에 대한 기억을 잊은 채 1천년 동안 100번의 환생을 하는 벌을 받았다. 한편, 금동에게 봉인당했던 사악한 용이 탈출에 성공하면서 복수를 꿈꾸는데.

'항마전: 황금룡의 부활'은 중국에서 가장 유명한 사랑 이야기 중 하나인 '양산백과 축영대' 고사와 '산해경', 그리고 송 시대의 전설적인 승려 '지공'의 이야기를 혼합해서 만들었다고 한다. 연출을 맡은 왕정은 8,90년대 홍콩 코미디 영화를 이끌며 '지존무상' 같은 카지노 무비로 당대를 풍미했던 감독이다. 하지만 너무 많은 작품을 양산한 탓에 졸작도 많은데, '항마전: 황금룡의 부활'도 그의 졸작 중 하나로 기록될 듯하다. 

이야기는 의도적으로 허술하게 만들었다손 치더라도 유머의 수준도 낮다. 불필요한 플래시백의 반복과 조악한 CG가 난무한다. 도무지 맥락이 없는 코미디는 무의미한 농담에 과장된 표정과 행동으로 일관할 뿐이고 플롯의 설정과 전개는 별다른 독창성이 보이지 않는다. 영화 전반에 걸쳐 상상력을 발휘했다고 할 만한 것이 없는데, 토리야마 아키라가 그린 일본 만화 '드래곤볼'과 인도의 기괴한 SF 영화 '로봇'의 영향이 많이 느껴진다.

'항마전: 황금룡의 부활'은 새로운 프랜차이즈 시리즈의 시작과 같은 영화로, 왕정 감독은 주성치의 '서유기 : 모험의 시작'을 표방했겠지만 그에 한참 못 미치는 작품이다. 엔드 크레디트 중에 영화 촬영 장면을 담은 비하인드 영상을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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