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20세기 20th Century Women, 2016' 엄마 아네트 베닝의 비범함

'우리의 20세기'는 마이크 밀스 감독이 직접 각본을 쓰고 연출한 자전적 코미디 드라마다. 전작인 '비기너스'에서 자신과 아버지에 관한 이야기를 다루었던 밀스 감독은 이번에는 자신의 어머니와 누이의 이야기에 바탕을 두고 영화를 만들었다. 그는 이 영화가 자신의 성장 과정에 영향을 준 여성들에게 쓰는 연애편지 같은 작품이라고 고백했다.

1979년 캘리포니아 주 산타 바바라. 15살의 남자 고등학생 제이미(루카스 제이드 주먼)는 아버지가 세상을 떠난 뒤, 제도사로 일하는 엄마 도로시아(아네트 베닝), 자궁경부암을 앓는 20대 세입자 애비(그레타 거윅), 목수이자 도예가이면서 자동차 정비공인 히피 출신의 또 다른 세입자 윌리엄(빌리 크루덥)과 함께 살고 있다. 거기에다 가장 가까운 친구인 줄리(엘르 패닝)가 밤마다 찾아와 그의 방에서 잠을 자고 간다. 제이미는 줄리를 사랑하지만 줄리는 제이미를 친구 이상으로 여기지 않는다.

엄마 도로시아는 제이미 곁에 아빠가 없다는 걱정 때문에 줄리와 애비에게 제이미를 돌봐주고 그가 성인으로 잘 자라도록 도와달라고 부탁한다. 하지만 페미니즘에 경도된 애비는 제이미에게 성평등에 관한 책들을 빌려주고 그것을 가르치느라 여념이 없고, 줄리는 제이미의 마음을 외면한 채 자신의 주체할 수 없는 내면으로 인해 방황을 거듭한다. 그 와중에 도로시아에 대한 제이미의 반항심은 점점 깊어만 가는데.

'우리의 20세기'는 마이크 밀스 감독 자신과 그의 어머니에 관한 추억을 플래시백과 보이스 오버 등을 활용해 찬찬히 세밀하게 더듬어보는 시선으로 전개된다. 거기에 밀스 감독이 살아왔던 시대를 '비기너스'와 마찬가지로 당시의 영화와 서적, 펑크 등의 대중문화, 그리고 뉴스릴과 사진의 몽타쥬를 이용해 표현한다.

도로시아와 애비의 캐릭터는 각각 밀스 감독의 어머니와 누이에게서 영감을 얻었다고 한다. 또 줄리의 캐릭터는 그의 친구들 중 한 명의 경험을 바탕으로 썼다고. 아네트 베닝은 도로시아의 캐릭터를 위해 밀스 감독의 어머니가 좋아했던 영화들을 빠짐없이 보았다고 밝혔다.

도로시아라는 이름은 미국의 유명 여성 다큐멘터리 사진작가 도로시아 랭에게서 따온 것이다. 또한 그레타 거윅은 애비 캐릭터를 위해 사진을 공부하고 여러 책과 자료를 읽었으며 밀스 감독의 누이와도 많은 대화를 나눴다고 한다.

해외 평단과 팬들은 이 영화에 대해 대체로 찬사를 보냈다. 로튼 토마토에서는 89%에 달하는 지지를 받았고 메타 크리틱스에서도 83점을 획득했다. 하지만 흥행에서는 제작비 7백만 달러에도 못 미치는 수입을 올려 실패를 맛보았다.

해외 평단은 이 영화가 삶의 아름다움뿐 아니라 어리석음에 대해서도 얘기한다며 모든 출연 배우들의 연기가 뛰어나다는 반응을 보였다. 특히 우울과 불안을 마음에 품고도 상대를 진정으로 이해하고 경청하려는 아네트 베닝의 시선과 연기는 보석처럼 빛난다고 찬사를 보냈다.

또 관찰의 시선이 담긴 담백한 촬영이 인상적이며, 당시 유행한 영상기법도 끌어들여 그때의 분위기를 잘 살려냈다고. 그리고 내용에서 극적인 사건이나 개인의 위기가 없음에도 평면적이지 않고 깊이가 있다고 평했다.

해외 팬들은 '페미니즘의 관점으로 본 1979년의 여성에 관한 놀라운 영화', '지혜로운 여성 중심의 드라마', '최고의 영화', '매혹적이고 흥미로운 영화', '향수를 자극하는 사려깊은 걸작', '아름다운 관찰과 사랑스런 유머로 가득하다', '영화의 리듬이 너무 평이하고 변화가 없어 지루하게 느껴지지만 멋진 결말이 그런 점을 상쇄시킨다'는 등의 평을 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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