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트맨 대 슈퍼맨: 저스티스의 시작 Batman v Superman: Dawn of Justice’ 리뷰

‘배트맨 대 슈퍼맨: 저스티스의 시작’은 다소 미묘한 영화다. 기대와 관심이 컸던 만큼 팬들의 실망도 큰 것 같다. 하지만 많은 혹평에도 불구하고 영화가 괜찮다는 반응도 꽤 있다. 이렇게 호불호가 갈리는 평가의 이유는 무엇일까?

= 경고합니다. 본 리뷰는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으며 당신이 영화를 보기 전이라면 리뷰를 읽는 것이 영화의 재미를 반감시킬 수 있습니다 =

해외 팬들에게 논란이 되는 쟁점은 대체로 ‘그럴 거면 왜 싸웠어?’이다. 배트맨과 슈퍼맨이 싸움을 시작하는 이유와 중지하는 이유가 모두 쉽게 와닿지 않다 보니 나오는 불평이다. 특히 엄마 이름이 같다는 이유만으로 배트맨이 슈퍼맨에 대한 공격을 멈춘다는 것이 한마디로 어이가 없다는 반응이다. 공감이 가는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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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작품 내적으로 문제의 원인은 배트맨이 제공하고 있다. 슈퍼맨이 적과 싸우다가 무고한 사람들이 희생되는 것을 본 브루스 웨인의 고민은 한편으로 타당해 보인다. 슈퍼맨의 싸움은 본의 아니게 인류에게도 피해를 입힌다.

슈퍼맨도 인간 아버지였던 조나단 켄트의 망령과 만나는 장면을 통해 자신이 힘을 행사할 때, 어쩔 수 없이 생길 수 있는 희생자들에 대한 마음의 부담감을 내비친다.

또 적을 향한 슈퍼맨의 어마무시한 창끝은 언제든지 인간을 향할 수 있고 만에 하나 그런 일이 벌어진다면 인간은 신이나 다름없는 존재인 슈퍼맨에게 굴종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배트맨의 우려가 슈퍼맨을 무조건 싸움의 상대로 골라야 하는 동기가 될 수는 없다. 슈퍼맨의 힘이 극중에서 인간을 겨냥하고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어떻게 보면 그것은 기우일 뿐이다.

처음부터 방향이 잘못됐다. 본질적으로 적은 슈퍼맨이 아니라 인류의 삶을 위협하는 악당들이기 때문이다. 슈퍼맨이 조드 일당을 끌어들인 것처럼 보이지만 슈퍼맨이 없어도 조드 일당은 지구를 정복할 것이다. 영화 속에서 브루스 웨인의 주장처럼 전쟁은 슈퍼맨이 먼저 시작한 것이 아니다. 싸움은 배트맨이 먼저 시작했다. 분명히 문제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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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배트맨과 슈퍼맨의 엄마 이름이 똑같이 ‘마사’라는 이유로 배트맨이 슈퍼맨에 대한 공격을 멈추는 것도 문제일까? 많은 혹평들에도 불구하고 그 계기는 정서적으로 나름 일리가 있다고 생각한다.

배트맨이 고담시의 자경단이 된 이유도 범죄에 무고하게 희생된 부모 때문이었던 것처럼, 배트맨의 입장에서 슈퍼맨의 엄마가 자신의 엄마 ‘마사’와 우연히도 같은 이름을 가졌다는 것은 슈퍼맨도 자신의 엄마를 구하기 위해서 그를 설득하러 왔다는 것을 배트맨과 관객들이 논리적으로, 그리고 정서적으로 깨닫게 하는 데 효과적이었다고 생각한다.

슈퍼맨이 함정에 빠져 있음을 배트맨이 알게 되는 것은 시간문제이고 렉스 루터가 말했듯이 지구상의 남자들이 가장 아끼는 여자가 사랑하는 이성 외에 엄마라는 것은 보편적으로 모두가 다 인정하는 사실이 아닌가. 작가인 데이빗 S. 고이어의 고민이 엿보인다. 잭 스나이더 감독은 이 전환을 위해 익히 잘 알려진 배트맨의 어린 시절을 영화 초반에 다시 한 번 다루는 시간을 쌓아두었다.

차라리 제목에서 '배트맨 대 슈퍼맨'을 빼고 '저스티스의 시작'이라고만 했으면 내용이 그렇더라도 팬들의 반발이 다소 적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이슈를 잡으려다 부족한 논리를 더 부각시키는 실수를 범한 꼴이다.

덧붙여서, 전문가들이나 팬들의 반응 중에 비주얼은 좋은데 연출력은 꽝이라는 평이 많은데, 반은 맞고 반은 틀린 이야기다. 연출의 결과로 비주얼이 나오므로 비주얼은 좋지만 연출력이 별로란 말은 모순이다.

잭 스나이더 감독의 연출은 차마 눈뜨고 못 볼 수준은 결코 아니었다. 이야기의 논리상 치명적인 문제점이 있지만 잭 스나이더 감독은 그것을 상쇄할 정도의 화면 연출로 영화를 끌고 나간다. 결론적으로 영화는 충분히 즐거웠고 돈을 주고 볼 만했다. 제목이 가리키는 것처럼 이 영화는 시리즈의 완결편이 아니라 출발점이다.

MOVIEblogge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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