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디악' 별자리를 보며 살인을 추억하다

 

여러 가지로 닮은 두 영화다. <조디악 Zodiac, 2007>과 <살인의 추억 Memories Of Murder, 2003>. 두 영화 모두 실제 사건을 다루고 있다. 그것도 범인이 아직 잡히지 않은 미해결 연쇄 살인 사건을 소재로 삼았다는 점이 똑같다.

 

<조디악>은 60년대가 배경이고, <살인의 추억>은 80년대에 일어난 화성 연쇄살인 사건을 다루기 때문에 시기적으로는 다르지만 범인을 잡지 못한다는 유사점이 있다. <살인의 추억>이 과학수사의 미비와 시대적인 고단함에 주의를 빼앗겼던 점을 부각한다면, <조디악>은 합리적으로 만들어놓은 수사체계가 오히려 수사의 발목을 잡는다. 결정적으로 두 나라가 처한 시대적 상황이 뚜렷이 구별된다. 두 영화를 보고 있으려니 연쇄살인은 항상 비극적이지만 80년대의 한국사회가 훨씬 비정상적이다.

  

 

 

 

 

 

<조디악>이나 <살인의 추억>이나 희생자를 살해하는 방식은 언제나 그렇듯이 잔인하다 못해 엽기적이다. 하지만 엽기적인 살인과 사건이 일어난 후, 희생자의 시신을 수습하는 괴로운 과정이 있기에, 범인을 꼭 잡아야 한다는 강박을 등장인물과 함께 관객도 동시에 느끼게 된다.  그리고 그러한 과정 후, 범인을 잡지 못하는 지난한 과정이 이어지면서 등장인물과 더불어 관객도 힘이 빠지게 되며, 절망하게 되는 것이다. 물론 <조디악>은 물리적인 면에서 <살인의 추억>보다 관객을 더 지치게 만든다. 158분이라는 긴 상영시간이 정신적인 허기를 지게 만든다.

 

<조디악>의 수사팀은 영장심사의 요건을 갖추기 위해 이리저리 머리를 굴린다. 결정적인 증거가 확보되지 않으면 범인은 그림의 떡이기 때문이다. 정황은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한다. 이러저러한 이유로 유력한 용의자가 누군지 알지만 범인으로 체포하지는 못한다.

 

여느 범죄 영화와는 달리 이야기의 구성에서 범인이 사건을 어떻게 계획하고 실행했는가에 대한 설명은 부족하다. 실제 사건이 아직도 미제이기 때문에 당연하다. 그래서 살인사건이 일어난 시점부터 역순으로 자연스럽게 범행의 방식과 동기를 추리해나가는 범죄물과는 다르다.

 

형사들, 기자, 만평가들의 지난한 탐사, 조사 과정을 거치면서, 퍼즐 조각들을 하나씩 공들여 맞추어 가지만, 그만큼 시간도 훌쩍 흘러버리고 사건은 잊혀진다. 그리고 여러 사람이 몰락한다.

   

 

 

 

 

 

데이빗 핀처 감독은 인간을 보는 시선이 유난히 우울하다. 그 동안의 영화들이 그랬다. 그래서 해피엔딩에도 역시 관심이 별로 없는 듯하다. <세븐 Se7en / Seven, 1995>이 그랬고 <조디악>에서는 아예 소재 자체를 그렇게 선택한다. 결론은 항상 비관적이다. 설사 해피엔딩으로 끝나더라도 그 시작과 설정은 우울하다.(<에일리언3>,<패닉룸>) 사건을 해결하더라도 못 빠져 나올 것처럼.

 

로버트 그레이 스미스의 동명의 베스트셀러를 영화화한 <조디악>은 <살인의 추억>만큼이나 배우들의 연기가 빛을 발한다. 그레이 스미스 역할을 맡은 제이크 질렌할이나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 마크 러팔로의 주연들과 앤소니 애드워즈 같은 조연들도 미제의 사건 앞에 절망하는 인물들을 절제된 연기로 표현했다.

사건을 속 시원히 해결하고 범인을 체포하는 결말이 없이 지난한 과정과 얽힌 인물들을 강조하는 두 영화 <조디악>과 <살인의 추억>은 여러 모로 닮았다. 분명히 데이빗 핀처가 우리 봉준호 감독의 <살인에 추억>을 참고하지 않았을까. 아니 <세븐>이 95년 작이니 앞서거니 뒤서거니 서로 영향을 주었을 것 같다. 아니면 말고지만.    


MOVIEblogge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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