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시암 Siam Square, 2017' 방콕의 여고 괴담

영화 '시암'은 실화에서 영감을 얻은 태국 공포물로, 촬영감독이기도 한 파이라크 쿰완의 장편영화 연출 데뷔작이다. 태국 사하몽콘 영화사의 창작그룹인 히든 어젠다가 아이디어를 개발하고 각본까지 완성한 다음 감독을 선정해 영화를 만드는 프로젝트의 첫 작품이다.

태국 방콕의 번화가인 시암 스퀘어의 한 빌딩. 그 안에 자리한 입시 학원에서 메이(에이샤 호수완)와 주블렉(모라꼿 리우)이 늦게까지 남아 공부를 한다. 그런데 갑자기 정전이 일어나면서 누군지 모를 한 소녀가 그들 앞에 나타나 의문의 노트를 건넨다. 노트를 건네받은 메이는 돌연 강의실을 나가 버린다.

한편 시암 스퀘어에는 떠도는 괴담이 있다. 30년 전인 1987년 갑작스런 정전이 일어났을 때 학원에서 한 소녀가 실종되었고 이후에 살해를 당해 귀신이 되었다는 것이다. 또 그 귀신과 마주치면 곧 죽음을 맞게 되며 실제로 여러 사람들이 이유도 없이 죽어 갔다는 것. 하지만 밤 늦은 시각에 그 소녀가 앉았던 자리에 가서 붉은 실을 감으면 원하는 대학에 갈 수 있다는 믿기 힘든 소문도 떠도는데.

7백만 바트(한화 약 2억3,500만 원)의 예산으로 만든 '시암'은 학교 괴담으로 일컬어지는 공포영화 하위 장르인 학원 공포물이다. 영화는 일본과 한국에서 제작된 비슷한 류의 영화들과 마찬가지로 태국 학생들의 대학입시 스트레스, 그리고 그들 사이의 우정과 사랑에 대해 두루 그리고 있다.

시암 스퀘어라는 태국의 중심가를 귀신이 출몰하는 음침한 곳으로 묘사한 설정은 나쁘지 않았지만 그 외에는 다소 밋밋한 편이다. 소소하게 서프라이즈를 주는 장면들이 있긴 하지만 공포 영화의 특징적인 면이랄 수 있는, 관객들의 모골을 송연하게 할 만한 압도적인 공포를 주는 장면은 찾아볼 수 없다. 또 등장 인물과 내러티브가 산만하고 서브 플롯이 많은데, 그에 따른 설명과 해결이 명확하지 않다.

새벽 3시에 시암 스퀘어에 가보았다는 파이라크 쿰완 감독은 늘 혼잡한 곳이 텅 비어 있는데다 너무 조용하고 우울한 분위기마저 감돌아 실제로 무서움을 느꼈다고 말했다. 공포영화 중독자라는 그는 '컨저링'의 제임스 완 감독을 존경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해외 평단과 팬들은 영화에 대해 대체로 부정적인 평가를 내렸다. 평단은 효과적이지 못한 복잡한 스토리와 어색한 각본, 그리고 서투른 편집과 배우들의 부족한 연기력에 대해 비판하면서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 바가 정확히 무엇인지 모르겠다고 꼬집었다.

또 유령으로 나오는 마니랏 닛이 유령인지 사람인지 정체가 불분명하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팬들 중에서는 태국의 히트작 공포영화 '셔터'를 연상케 한다며 크게 재미있진 않지만 그럭저럭 볼 만하다는 반응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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