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워드 리뷰] 애니메이션 '늑대아이 Wolf Children'

1. 로맨스 or 육아  

'내가 사랑하게 된 사람은 늑대인간이었습니다'라는 카피를 읽고 <트와잇라일 Twilight, 2008> 류의 액션 로맨스를 기대했다면 오산이다. 여주인공 하나가 사랑한 늑대인간은 이야기 초반에 급작스런 사고로 세상을 떠나기 때문이다.

하나에게 남겨진 것은 그 늑대인간의 피를 이어받은 두 아이들과 얼마 되지 않는 적금뿐. 이때부터 이야기는 하나의 육아일기로 바뀐다. 하지만 그녀의 아이들이 평범한 아이들이 아닌 만큼 육아일기도 결코 평범하지 않으며 그것이 이 애니메이션의 재미이자 차별점이다.

하나가 식품건조제를 먹고 토한 딸아이를 아동병원으로 데려가야 할지 동물병원으로 데려가야 할지 갈등하는 장면은 현실에서 늑대아이를 본 적 없는 관객들에게 리얼리티를 선사하는 대표적인 장면이다. 

2. 태생 or 환경

주제의식으로 정체성에 관한 이야기를 다루는 작품은 아주 많다. <늑대아이> 역시 여기에 속하는 작품으로, 늑대의 피를 타고난 아메와 유키는 사춘기에 이르러 자신의 길을 스스로 선택하게 된다. 남자인 아메는 늑대의 길을, 여자인 유키는 사람의 길을 가기로 한다. 두 아이의 이름이 아메(비)와 유키(눈)이라는 사실은 이미 서로 다른 길을 가게 될 것임을 암시하고 있다. <늑대아이>의 일본어 원제는 '늑대아이 아메와 유키'이다. 

아메가 숲 속으로 들어간 것이나 유키가 인간 사회에 녹아든 것이나 그 선택의 무게는 결코 가볍지 않다. 이 작품이 일본에서 만들어졌다는 점을 고려해볼 때 이것은 어쩌면 태생적 혈통과 후천적 환경 사이에서 고민하는 재일동포들의 이야기로 읽어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3. 스릴 or 잔잔함  

<늑대아이>를 연출한 호소다 마모루 감독은 전작 <시간을 달리는 소녀, 2006>, <썸머워즈, 2009> 등을 통해 이미 탄탄한 연출력으로 스릴 넘치는 이야기를 선보인 바 있다. <늑대아이>에서는 롤러코스터처럼 관객의 마음을 졸이게 하지는 않지만 세심한 디테일로 이야기의 잔잔함을 넘어서는 감동을 전한다.

4. 더빙 or 자막   

외국 애니메이션을 볼 때는 더빙판 또는 자막판을 선택할 수 있다. 더빙판을 볼 때는 자막에 신경쓰지 않고 화면에 몰입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특히 우리나라 성우들은 목소리 연기가 뛰어나 몰입감을 더해준다. 하지만 자막판을 볼 때는 또 다른 재미가 있다. 그것은 바로 누가 목소리 연기를 하느냐이다. <늑대아이>의 여주인공 엄마 하나 역의 목소리 연기는 미야자키 아오이가 맡았다. 우리나라에서도 꽤 팬층이 두터운 그녀이므로 팬이라면 자막판을 선택하는 것도 즐거운 일일 듯하다.  

MOVIEblogge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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