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더 시그널 The Signal' 상상을 초월한 충격 결말 해부

= 스포일러를 완전 포함하고 있으니 영화를 볼 분들은 읽지 말 것을 권합니다 =


충격적인 결말, 그것은 하나도 중요하지 않다.

기가 막힌 미스터리, 엄청난 반전의 SF 영화란 말만 듣고 보러간 영화 '더 시그널'!

결론부터 말하자면 낚였다. 압도적인 스케일은 대체 어디에 있는지. 그리고 엄청난 사실을 품고 있는 반전이란... 풋!

주말 저녁 시간대임에도 불구하고 극장에 관객은 서너 명 남짓,
'말레피센트 Maleficent, 2014'에서 필립왕자로 나왔던 훈남 브렌튼 스웨이츠 Brenton Thwaites 때문인지 관객은 모두 젊은 여자였다.

관객 반응은?

여대생으로 보이는 예쁜 여성 두 명.
한 명은 왜 이런 걸 보자고 했냐며 계속 투덜거렸고
다른 한 명은 “으하하헤헤.... 으하하헤헤헤...”
정신이 유체이탈이라도 한 듯 넋 나간 웃음만 끊임없이...
엘리베이터 타고서도...
길에 나가서도...
계속 울려 퍼지는 그녀의 허망한 웃음소리.

좀처럼 충격이 가시지 않는 것 같았다.

왜?

너무 상상을 뛰어넘는 충격적인 결말이어서?

No, No.

자기들도 낚인 걸 알았거든.

선댄스 영화제를 뒤흔들었다는 말은 마케팅으로 이용한 수사에 불과하다. 미국 언론의 평들도 대체적으로 비판적이다.

'버라이어티 Variety' 지에 나온 “스토리보다는 비주얼이 났다 The visuals outshine the story”거나 “스타일은 탁월하지만 결과적으로 실망스럽다 Exceedingly stylish and ultimately quite silly” 란 설명이 비교적 적확한 것 같다. 이 글에서는 찬사라기보다는 비판적인 뜻이 읽혀진다.

광고와 뮤직비디오 감독 출신답게 영화의 스토리는 ‘개망’이고 비주얼은 ‘짱’ 멋지더라.

그런데, 영화라는 것이 과연 비주얼만 뛰어나면 모든 것이 용서되는 매체인가?
영화는 사진도 아니고 광고도 아니고 뮤직비디오도 아니다.

충격적인 결말이라고 광고에서 떠들어 대는 것은 그저 광고일 뿐이다. 한마디로 소비자 우롱하는 결말이다.

뛰어난 반전은 앞에서 일어난 일들이 뒤에 벌어질 반전과 유기적으로 연결이 되어 있어야 한다. 그래야 말 그대로 퍼즐을 끼워 맞추는 재미가 있다.

'더 시그널'의 결말은 '식스 센스 The Sixth Sense, 1999'와는 비교도 할 수도 없고 '유주얼 서스펙트 The Usual Suspects, 1995'와도 근본적으로 다르다. 그 발끝에도 못 미친다.

압도적인 스케일이 없는 건 저예산의 인디 영화라서 그렇다 치지만 그런 영화들에서 볼 수 있는 재기발랄하고 신선하며 개성 있는 스토리가 없다는 것은 실망이다.

영화의 대서사main story도 그동안 클래식한 공상과학 소설에서 이미 많이 봐왔던 ‘알고 보니 내가 누구이고 여기는 어디더라’ 스토리이다.

윌리엄 유뱅크William Eubank 감독은 결말이 중요한 것이 아니고 이야기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고 말하는 것 같다.

결국, 감독이 보여주고 싶었던 것은 ‘내가 이 정도의 연출력이 있다. 당신들은 내가 요리하는 대로 결말이 나올 때까지 숨죽여 가며 미스터리로 일관된 진행을 잘 따라오지 않았나?’ 쯤으로 보인다.

왜냐하면 각종 음모론들을 섞어만 놓았을 뿐인 스토리는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 내지도 않았고 또, 그것을 잘 엮으려 들지도 않기 때문이다. 영화를 보면서 추리하라는데 그 퍼즐들은 별로 맞지도 않다. 그리고 퍼즐들과 상관없이 단번에 마무리를 짓는 결말.

당연히 감독 자신도 이야기의 맹점을 알고 있었을 것이다. 그렇다면 의도적으로 그렇게 한 것 밖에는 이유가 없다. 자신의 목적은 이야기를 잘 만드는 것이 아니었으므로.

비밀을 감추고 지연시키면서 미스터리를 끌어가는 연출력은 인정한다. 이야기가 별로임에도 불구하고 나름 재미는 갖추고 있는 이유가 바로 그것이다.

윌리엄 유뱅크 감독을 한국에서는 크리스토퍼 놀란과 비견되는 천재라고 광고한다. 미국에서는 젊은 제임스 카메론이라는 평이 많다.

하지만 그런 대감독들과의 비교는 좀... 두 거장은 절대 이야기를 등한시하지 않는다.

51구역이 미국 네바다에 있건 우주에서 떠돌아다니는 인공행성으로 존재하건 그게 뭐가 대단한가?

우스운 건 외계인들이 자신들의 모습이 담긴 비디오를 보여주면서 너희들은 외계 생물체와 접촉했다고 말한다는 점이다.

하지만 뒤에 밝혀진 사실은 데이먼(로렌스 피시번 Laurence Fishburne) 박사로 대표되는 연구원들이 외계인이 만들어낸 테크놀로지의 결정체이며 닉(브렌튼 스웨이츠 Brenton Thwaites)과 그 친구들은 영화 초반에 외계인에게 납치를 당했다는 것이다. 문제는 영화가, 그리고 외계인이 이걸 숨기기만 할 뿐 왜 숨겼는지 그 이유에 대해서는 자세히 설명을 해주지 않는다.

단지 닉이 그 사실을 받아들이기가 쉽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며 그것을 관찰하는 것도 자신들의 실험 중 하나라는 것만 슬쩍 암시할 뿐이다.

반전을 위한 퍼즐조각도 그렇다.

한 예로 영화에서 데이먼 박사가 주인공 닉에게 묻는 농담 같은 질문을 괜찮은 퍼즐조각이라고 우기기는 우스울 정도다.

데이먼 박사;(무표정하게) 당신은 지구인인가? Are you from the earth?
닉; (황당하다는 표정을 지으면서) 네, 지구인이요.

이 떡밥만으로 나중에 ‘아하, 데이먼이 외계인이었기 때문에 그런 질문을 한 거구나. 대단한데.’ 이럴 수는 없는 거다.

또, 실험실 안의 젖소, 연구소를 탈출한 뒤 만난 의심스런 사람들, 하늘에서 들려오는 굉음, <트루먼 쇼The Truman Show, 1998>와 <13층 The Thirteenth Floor, 1999>을 연상케 하는 탈출이 불가능한 의문의 장소 이런 것 등을 앞에 배치했다고 결말이 대단한 반전일 수는 없다. 그 의심스런 사람들은 실험에 실패했거나 부작용이 생겨나 남겨진 피실험자들인 것으로 보인다.

결말에 대해 이렇게 말할 수도 있겠다. 결말은 사실 반전이 아니라 열린 결말이라고.

외계인 내지는 외계인과 결탁한 것으로 보이는 데이먼 박사가 사실은 미 정부로 대표되는 인간인 것이다. 미 정부는 로스웰 사건으로 외계인들의 기술을 입수하게 되고 우주에 인공행성으로 또 다른 51구역을 만든다. 그곳에서 외계 기술을 인간들에게 접목해서 무기로 쓸 수 있는 기술을 연구하고 실험한다. 그래서 사실은 주인공들이 외계인에게 납치를 당한 것이 아니라 미 정부의 자작극 실험에 휘말려든 것이라고.

감독은 그런 논쟁을 만들어 내기 위해 반전으로 위장한 열린 결말을 내세운 것일 수도 있다.

아무튼 다시 말하지만 '더 시그널'은 ‘슬로우 모션’ 같은 기법을 잘 활용한, 그냥 비주얼이 좀 되는 작품이다. 하지만 정작 이야기는 떡밥만 잔뜩 뿌린 뒤에 막상 해결은 명쾌하지 않은, 설득력이 빈약한 그런 영화이다.

그냥 대충 갖다 붙인 듯한 ‘인간의지와 외계인 테크놀로지가 융합된 결정체’라는 비밀의 핵심이 담긴 말의 실체도 사실은 비주얼을 위해서 존재한다.

그래서 ‘재미는 있으니 그럼 된 거다’라고만 편하게 생각할 수는 없다.

P.S.

1. 지구가 내는 울음소리, 종말론, 휴거 나팔, 로스웰 사건, 외계인 납치, 치명적인 바이러스, 생체실험, 외계비행체에 납치된 소떼들, 미 정부의 자작극 등 흔히 떠도는 음모론들을 그냥 막 짜깁기로 보여준다. 왜 그랬대. 천사의 나팔 소리라는 굉음은 행성 돌아가는 소리라나 뭐래나.

2. 광고 감독 출신이라 그런지 광고에서 보여준 구매 욕구를 불러일으키게 만드는 영상과 음향효과, 그리고 반복되는 음악을 백분 활용한다. 영화를 보고 있는 내내 마인드 컨트롤 당하는 기분이 들 정도로. 조금은 더러운 기분.

3. 여주 헤일리 역을 맡았던 명품 식기 브랜드 같은 이름의 올리비아 쿡 Olivia Cooke은 영화 보는 내내 대단한 위안이었다. 섹시함과 귀여움을 동시에 갖춘 그 아름다움이란...

MOVIEblogge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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