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리엔트 특급 살인'은 추리소설의 여왕 아가사 크리스티가 1934년에 쓴 '에르큘 포와로' 탐정 시리즈 중 하나로, 영화와 TV 드라마로 여러 차례 만들어졌습니다. 그 중에서 가장 널리 알려진 작품은 1974년에 나온 시드니 루멧 감독의 '오리엔트 특급 살인사건'이지요. 그렇다면, 케네스 브래너 감독이 창조한 2017년작 '오리엔트 특급 살인'은 1974년의 '오리엔트 특급 살인사건'과 어떻게 다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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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네스 브래너 감독의 작품은 시드니 루멧 감독이 연출한 1974년작에서 아쉬웠던 점들을 상당 부분 개선했지만 부족한 점도 함께 보였습니다. 물론 1974년 영화도 뛰어난데다 원작 소설이 워낙 유명하고 구성이 탄탄하다 보니 각색에는 당연히 한계가 따랐겠지요.
먼저 시드니 루멧 감독의 작품은 인물보다는 사건이 중심이 되는 영화였습니다. 표면적으로 두 작품은 플롯의 틀이 동일합니다만 1974년작은 포와로 탐정이 13명의 용의자들과 그들이 포와로 탐정을 속이기 위해 내세운 가상의 범인을 저울질하는 데 중점을 둔 것처럼 보인다면, 2017년작은 용의자들과 가상의 범인을 구분하는 데 주력하기보다는 각각의 용의자들이 범인일 수 있음을 좀 더 적극적으로 드러냅니다.
그런데 시드니 루멧 감독의 작품에서는 13명의 용의자들이 카세티에게 품는 복수의 감정적 무게가 모두 다 다를텐데도 그런 차이가 잘 드러나지 않습니다. 반면에 케네스 브래너 감독의 영화에서는 허바드 부인, 즉 배우 린다 아덴으로 유명한 암스트롱 부인의 어머니이자 데이지의 외할머니를 복수를 계획하고 사람들을 주도적으로 이끈 인물로 그려내어 다른 인물들의 동기에 대한 설득력도 좀 더 높여주었지요.
그리고 무엇보다 결말에서 알버트 피니가 연기한 1974년작의 포와로는 13명의 용의자들이 저지른 복수극을 별다른 망설임 없이 모른 척합니다. 그러나 케네스 브래너가 연기한 포와로는 한 번 더 갈등합니다. 아무리 레쳇이 악당이라 해도 살인, 즉 범죄가 일어난 이상, 그는 그 진실을 모른 체할 수 없다는 것이죠. 그리고 용의자들에게 진실을 덮을 생각이라면 자신을 죽이고 가라고까지 합니다.
물론 영민한 포와로가 허바드 부인에게 총을 넘겨주고 스스로 선택을 하게 함으로써 영화는 그들이 무고한 살인을 저지를 사람들이 아님을 관객들에게 보여주지요. 그런 후에 포와로는 원작과 마찬가지로 그들의 범죄를 눈감아 줍니다. 그들 스스로 양심의 무게를 지고 갈 것임을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참, 결말에 터널 안에서 용의자들이 포와로 앞에 일렬로 앉아 있는,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최후의 만찬'을 흉내낸 장면도 아주 인상적이었습니다.
또 2017년작은 1974년작에 비해 탐정 포와로가 용의자인 승객들을 심문하고 추리해가는 과정을 줄이는 대신 액션을 더하고 포와로를 비롯한 인물들의 내면을 좀 더 부각시킵니다. 사실 추리물로서는 이 부분이 가장 아쉬운 점이기도 합니다. 그 외에도 포와로 탐정과 용의자들 각각의 캐릭터 변화 등 두 영화 사이에는 자잘한 차이점들이 많이 있습니다.
영화의 음악은 1974년작의 테마곡이 아주 유명합니다(아래 두 번째 영상). '네 번의 결혼식과 한 번의 장례식'의 작곡가 리처드 로드니 베네트가 피아노 연주까지 맡은 음악은 감미로우면서도 아이러니한 분위기가 있습니다. 영화의 느낌과도 잘 맞아떨어지는 부분이 있는데요. 그런 점에서 허바드 부인 역을 맡은 배우 미셸 파이퍼가 직접 부른 2017년작의 엔딩곡 'Never Forget'도 마찬가지라 할 수 있습니다. 잔잔하지만 자녀들을 잃은 엄마의 슬픔이 느껴지는, 복잡한 마음이 담겨 있는 곡입니다.
이 곡은 '신데렐라'(2015)의 음악을 담당했던 패트릭 도일이 작곡하고 감독인 케네스 브래너가 직접 작사를 했습니다. 케네스 브래너 감독은 무고한 희생자들에 대한 사랑을 표하고 그들을 잊지 않겠다는 열망이 담긴 음악으로써 여운이 남는 정서적인 끝맺음을 하고 싶었다고 밝혔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