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더 파이어 烽火芳菲, The Chinese Widow, 2017' 에밀 허쉬와 유역비의 짧은 사랑

'언더 파이어'는 제2차 세계대전 당시에 있었던 실제 역사적 사건을 바탕으로 만든 중국 전쟁 역사 로맨스 영화로, 빌 어거스트 감독이 연출을 맡았다. 제20회 상하이국제영화제 개막작.

진주만을 공격당한 미국은 1942년 도쿄에 대공습을 단행한다. 미 공군 조종사 잭 터너 대위(에밀 허쉬)와 대원들이 탄 폭격기도 작전에 나섰지만 연료 부족으로 중국 취저우 비행장에 비상 착륙을 시도한다. 하지만 중국군의 실수로 인해 비행기가 추락하고 잭과 대원들은 낙하산으로 탈출을 한다.

다리에 부상을 입은 잭은 절강성 근처 마을 외딴 곳에 사는 잉(유역비)에게 구조되는데, 명주실 뽑는 일을 하며 어린 딸 유유(이방종)와 단둘이 사는 잉은 위험을 무릅쓰고 그를 집 안에 숨겨준다.

일본군은 다른 미군 대원들을 전부 체포해 처형하고 잭을 찾아 집요하게 수색을 계속하다가 잉의 집까지 찾아온다. 한편, 잉의 집에 잭이 숨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중국 저항군은 그를 충칭으로 탈출시키려 하는데.

'언더 파이어'의 소재가 된 역사적 사건은 1942년 4월 18일에 있었던 '도쿄 공습'으로, '두리틀 공습'이라고도 한다. 일본의 진주만 공습 후 미국은 제12 항공군 지미 두리틀 중령의 주도 하에 80여 명의 공군이 조종하는 B-25B 미첼 중형 폭격기 16대로 일본 도쿄와 혼슈 고베를 보복 공습했다.

이 작전에서 미군 폭격기들은 늘어난 항속거리 때문에 귀환하는 데 충분한 연료를 실을 수 없어 어쩔 수 없이 일본 본토를 폭격한 뒤 일단 중국으로 가기로 한다. 돌아올 수 있는 연료 없이 공습에 나섰기 때문에 일종의 자살 특공대였던 셈인데, '두리틀 폭격대 혹은 특공대'로 불렸던 폭격기 편대는 16대의 항공기 중 15대가 중국 본토와 영해에서 불시착하거나 추락했고 나머지 한 대는 소련의 블라디보스토크에 착륙했다.

그 과정에서 80여 명의 미공군 대원들 중 4명이 사망하고 8명이 일본군에 포로로 체포되었다. 이후 3명의 미군이 일본군에게 처형을 당했고 나머지 5명 중 1명은 포로로 잡혀있던 중 사망했다. 남은 64명의 미공군 대원중 56명은 중국인들의 도움으로 귀환에 성공했는데 일본군은 그 보복과 본보기로 무려 25만 명의 중국인들을 학살했다.

빌 어거스트는 '정복자 펠레'로 아카데미 최우수 외국영화상과 칸느 그랑프리를 차지한 감독으로, '언더 파이어'는 전쟁 장면이나 상황보다는 미국인 조종사와 중국 미망인의 관계를 차분하게 바라본다. 하지만 플롯이 단순하고 페이스가 느려 단조로운데, 캐릭터 구축과 인물들의 동기 부여에도 실패해 결과적으로 멜로 라인이 다소 억지스럽게 느껴진다.

각본의 수정 작업에만 4년이 걸린 '언더 파이어'는 1천만 달러의 제작비를 들였지만 지금까지 중국 본토에서 약 450만 달러의 수입을 올리는 데 그쳤다. 한편, 이 영화의 VFX는 한국의 매크로그래프가 담당했다.

'언더 파이어'에 대한 해외 평단과 팬들은 대부분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평단은 '감독의 미학과 관점이 영화 속 전쟁 로맨스의 기원과 어울리지 않는다', '의도는 좋지만 완성되지 않은 듯한 밋밋한 영화', '전반적으로 CGI가 좋지 않지만 기술적인 면은 괜찮다'는 등의 평가를 내렸다.

팬들은 '스토리 라인이 구식인데다 참신한 면이 없고 평범하다', '중국의 전쟁 당시 생활 묘사가 설득력이 떨어진다', '유역비의 연기가 좋고 관객들의 눈물샘을 자극한다', '두 남녀 주인공의 감정 발전이 너무 빠르다', '촬영은 아름답지만 CG는 너무 수준이 낮다', '서양이 바라보는 오리엔탈리즘이 가득한 쓰레기', '의미 없이 강제된 로맨스, 너무 지루하다' 등의 의견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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