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지럼증의 증상과 원인, '어지럼증 집에서 고친다'

'어지럼증 집에서 고친다'는 아라이 모토히로라는 일본의 어지럼증 전문의가 쓴 건강서다.

책 앞표지에 적힌 '20만 환자를 구한 경이로운 7가지 재활 체조'라는 카피는 그가 치료했다는 외래 환자의 수에서 나온 것이다. 일본에서 책이 나온 지 2년이 지났으니 지금은 그 수가 더 늘었을 듯.

스스로도 어지럼증을 겪어본 적이 있다는 저자는 약물치료만으로는 한계를 느꼈지만 재활 훈련을 통해 몸이 좋아진 환자들을 수없이 봐왔다면서 7가지 재활 체조의 효과를 자신하고 있다.

인구 10명 중 1명은 어지럼증 환자라는데 우선 이 책에서 설명하는 병들을 살펴보자.

1. 양성자세현훈

...흔히 이석증이라고 불리는 이 질환은 자려고 침대에 누워 베개를 베거나 몸을 뒤척일 때, 천장을 쳐다볼 때처럼 자세 변화에 따라 어지럼증이 일어난다...

...어지럼증이 나는 상황은 저마다 다르지만 주로 안약을 넣으려고 머리를 젖힐 때, 신발 끈을 묶으려고 몸을 숙일 때, 빨래를 널려고 얼굴을 들 때 어지러움을 느낀다. 보통은 몇 초에서 몇 분쯤 지나면 어지러움이 저절로 가라앉지만, 증상이 심하면 속이 메스껍고 구토가 동반되어 한나절 내내 앓아눕기도 한다. 하지만 귀울림이나 난청은 일어나지 않는다...

...이 질환은 머리의 기울기와 속도를 감지하는 전정낭에서 떨어져 나온 평형모래가 반고리관으로 들어가서 생긴다...

...평평모래가 전정낭에서 떨어져 나오는 이유는 노화, 수면 자세, 머리의 타박상, 골다공증, 귓병 등과 관계가 있다...

2. 전정신경염

...눈이 빙빙 돌고 주변 풍경이 흐르는 것처럼 보이는 극심한 회전성 어지럼증이 3일에서 1주일가량 지속된다. 걷거나 일어서기는커녕 누워 일을 때조차 어지러워서 눈도 못 뜨는 사람이 있을 만큼 증상이 심각하다...

...전정신경염으로 인한 회전성 어지럼증은 증상이 몹시 심하고 메스꺼움과 구토를 동반하기 때문에 뇌 질환이나 목숨이 걸린 중병이라고 오인하는 사람이 적지 않다...

...정확한 발병 원인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으나 감기를 크게 앓고 난 뒤에 발병하는 사례가 흔해서 바이러스와 관계있는 것으로 추측된다. 혈액순환장애 혹은 과도한 스트레스와 피로가 원인인 경우도 있다...

3. 메니에르병

...메니에르병의 주된 증상은 20분에서 수 시간 동안 지속하는 회전성 어지럼증이 반복하여 발생한다. 눈이 빙빙 도는 듯한 격렬한 어지럼증에 귀울림과 난청을 동반하는 점이 특징이며, 구역질 혹은 구토를 하거나 식은땀이 나면서 안색이 창백해질 때도 있다...

...메니에르병의 정확한 원인은 아직 불분명하지만 지나친 스트레스로 인한 스트레스 호르몬 분비가 영향을 미친다고 추정한다. 수면이 부족하고 과로해서 온다는 견해도 있지만, 현재는 내림프수종(내림프액이 과도하게 증가해서 생기는 물종기)이 가장 유력한 원인으로 알려져 있다...

4. 돌발성 난청

...아무런 전조 없이, 어느 날 돌연히 한쪽 귀가 들리지 않는 질환이 바로 돌발성 난청이다...

...발병 원인은 바이러스 감염, 스트레스, 동맥경화, 속귀로 혈액을 보내는 동맥의 혈액순환장애로 추정하나 아직 확실히 밝혀진 바는 없다...

5. 람세이헌트 증후군

...람세이헌트 증후군은 극심한 어지럼증과 귀울림, 난청뿐만이 아니라 얼굴신경마비가 나타나는 특징이 있다. 귀 통증은 물론 딱지를 동반한 물집과 발진이 생긴다. 대개 어렸을 때 앓은 수도 바이러스가 얼굴 신경에 잠복해 있다가 면역력이나 체력이 떨어졌을 때 다시 활성화되면서 병을 일으킨다...

6. 지속성, 노인성 평형기능장애

...지속성, 노인성 평형기능장애는 고령화 사회가 낳은 질환이나 다름없다. 어지럽다기보다는 몸이 비틀거리는 증상이 나타나며 노화에 따른 신체 기능 저하가 원인이다...

7. 만성 중이염

...중이염은 고막 안쪽에 염증이 생기는 질환이다...고막에 구멍이 난 채로 시간이 지나면 난청이나 귀울림 같은 증상이 발생한다. 여기서 증세가 더 진행되면 속귀로 염증이 옮아서 어지럼증도 일어나기 쉽다...

8. 편두통성 어지럼증

...편두통은 병명처럼 머리 한쪽에만 극심한 두통이 발생하는 질환이다...

...어지럼증은 흔히 편두통을 전후해서 일어나는데 아직 확실한 인과관계는 알려지지 않았다...

9. 척추기저동맥허혈

...목 뒤쪽에 위치하는 두 줄기의 척추동맥과 척추동맥에 연결된 한 줄기 기저동맥은 소뇌로 혈액을 운반하는 역할을 한다. 이쪽 동맥에 혈액순환장애가 일어나는 질환이 바로 척추기저동맥허혈이다. 동맥경화나 목뼈의 변형 등이 원인인데, 이 질환이 발생하면 뇌에 혈액이 공급되지 않아 어지럼증을 유발한다.

...척추기저동맥허혈은 고령 남성에게 많이 발생하며 회전성 어지럼증 외에도 비틀거림, 두통, 구토, 손발 마비와 같은 증상이 나타난다. 사물이 이중으로 보이거나 안개가 낀 것처럼 보이는 시각장애를 동반하기도 한다. 혹시 이러한 증상이 있다면 꼭 신경과나 신경외과에 방문하자. 재활 체조는 목에 부담을 주지 않는 동작을 추천한다...

10. 기립성 저혈압

...여성이라면 누구나 아침에 잠자리에서 일어난 순간 정신이 아찔하다든가 장시간 서 있을 때 어지러움을 느낀 경험이 한두 번쯤은 있을 듯싶다...

...이런 증상을 의학에서는 기립성 저혈압으로 인한 현기증이라고 하며, 뇌로 흘러가는 혈액이 일시적으로 줄어들어서 발생하는 뇌빈혈이 원인이다...

11. 뇌졸중 후유증

...뇌경색은 동맥경화로 좁아진 뇌혈관에 응고된 핏덩어리(혈관)가 쌓여서 생기는 질환이다. 어지럼증, 메스꺼움, 구토와 같은 증상이 나타나며 발음장애를 동반하기도 한다. 뇌출혈은 뇌혈관이 터지는 질환으로 격렬한 어지럼증과 구토가 난다. 두 질환 모두 가능한 한 빨리 신경과나 신경외과를 찾아 응급치료를 받아야 한다...

...특히 평형기능의 중추인 소뇌에 뇌경색이나 뇌출혈이 발생하면 평형기능에 큰 장애가 생기며, 치료를 받은 뒤에도 어지럼증이 후유증으로 남는다...

12. 심인성 어지럼증

...정신적 상처가 원인이 되어 발생하는 심인성 어지럼증은 드물지만, 스트레스 때문에 속귀에 혈액순환장애가 생겨 어지럽고 비틀거리는 증세를 호소하는 환자는 확실히 있다...

13. 척수소뇌변성증

...척수소뇌변성증은 평형기능을 관장하는 소뇌가 천천히 망가지는, 원인 불명의 신경과 질환이다...

이처럼 어지럼증을 유발하는 병들은 상당히 다양하다. 그런데 내가 볼 때 공통적이다 싶은 원인은 스트레스와 혈액순환장애인 것 같다. 피로는 스트레스와 관련이 있고 노화는 혈액순환장애와 관련이 있으니 마음을 편안하게 갖고 혈액순환에 신경을 쓰는 것이 어지럼증 예방에 좋을 듯하다.

하지만 일단 어지럼증이 생겼다면 병원에서 치료도 받고 이 책에서 제안하는 7가지 재활 체조를 해야 할 텐데, 일단 어지럼증의 발병 원리를 알면 재활 체조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 이 책이 말하는 어지럼증의 발병 원리는 다음과 같다.

...사람은 눈(시각), 귀(전정기관), 발바닥[심부감각(피부 속에 있는 근육, 힘줄, 관절, 뼈막 등의 수용기에서 전해지는 감각) 자극]이라는 세 가지 중요 감각기관에서 모아들인 온갖 자료와 신호를 소뇌로 전달하여 몸의 균형을 유지한다...

...귓속 전정기관은 몸의 회전과 기울기, 속도 등을 감지하기 때문에 평형기능에 관여하는 세 가지 감각기관 중에서도 가장 중요하다...

...어느 쪽 귀든 전정기관에 문제가 발생하면 평형기능의 좌우 차이가 생겨 어지러움을 느낀다. 전정기관을 대표하는 반고리관이 이상한 정보를 전달하는 탓에 눈과 발바닥에서 보내는 바른 정보와 어긋나면서 어지럼증을 유발한다...

저자는 이렇게 눈과 귀, 발바닥에서 입수된 정보를 종합하는 곳이 소뇌라고 설명한다.

...인체라는 비행기에서는 운동중추를 담당하는 소뇌가 조종 역을 맡고 있다. 소뇌는 몸의 균형을 잡아주는 우두머리이며, 소뇌를 감시하고 통제하는 최고 대장은 대뇌이다...

...소뇌는 무너진 균형을 원래대로 되돌리는 작용을 하는데 눈(시각), 귀(전정기관), 발바닥(심부감각)을 자극하는 운동을 하면 그 작용을 향상할 수 있다. 따라서 눈, 귀, 발바닥을 자극하는 재활 체조는 어지럽고 비틀거리는 증상을 개선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다...

...어지럼증 재활 체조를 하면 소뇌를 중심으로 망가진 반고리관의 평형감각을 보완하는 새로운 신경망이 구축된다...

...평형감각을 보완하여 몸의 균형을 조절하는 새로운 신경망은 재활 체조를 반복할수록 견고해져서 결국에는 어지럼증을 극복하게 한다...

결국 저자는 피겨 스케이트 선수들이 오랜 훈련을 통해 급격한 회전에도 어지러움을 느끼지 않듯이 재활 체조로 소뇌를 단련시키면 어지럼증을 막을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이 책에서 소개하는 7가지 재활체조는 간단해서 따라하기 쉽다. 그리고 저자는 각각의 질병에 적합한 체조를 3가지씩 추천하고 있다. 몇 가지 주의사항도 있다.

-하루 두 번 실시하되 식후 한 시간이내는 피한다. 기상 후와 저녁 식사 전에 한 번씩 하는 것을 권장한다.

-짧게 조금씩 해도 괜찮으니 매일 한다. 하루를 빼먹으면 만회하는 데 사흘이 걸린다.

...중략...

-일시적으로 어지럼증이 심해지더라도 포기하지 말고 계속한다. 재활 체조를 처음 하면 오히려 증상이 심해질 수 있지만 걱정할 일은 아니다. 그냥 누워만 있으면 어지럼증은 낫지 않는다.

이 책에는 7가지 재활 체조 외에도 어지럼증 예방과 개선에 도움이 되는 식생활과 Q&A도 실려 있다.

Q&A에도 나오지만 한 가지 흥미로운 사실은 커피가 어지럼증에 효능이 있다는 것이다. 이것은 나도 병원에 가서 의사에게 직접 들은 적이 있다.

물론 잠을 못 잘 정도로 지나치게 마시면 안 되겠지만 커피에 든 카페인은 피로를 해소하고 심장 기능을 활성화한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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