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블리치 Bleach, 2018' 후기, 애니메이션보다 심심하고 밋밋한 실사판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블리치 Bleach, 2018'를 보았다. 1억 2천만 부가 넘게 팔린 쿠보 다이토의 베스트셀러 만화를 사토 신스케(Shinsuke Sato 佐藤信介) 감독이 실사화한 일본 액션 모험 판타지 영화다.

오렌지빛 머리색을 가진 고등학생 이치고(후쿠시 소우타 Fukushi Sota 福士蒼汰)는 유령과 악령인 호로(hollows)를 볼 수 있는 특별한 능력을 지녔는데 어느 날, 죽은 영혼들이 가는 소울 소사이어티에서 온 사신 루키아(스기사키 하나 Sugisaki Hana 杉咲花)가 그의 앞에 나타난다.

루키아는 호로에게서 이치고를 구하다가 큰 부상을 입자 이치고에게 자신의 능력을 넘겨 사신의 일을 하게 한다. 사신대행이 되기로 한 이치고는 참백도를 들고 호로들의 뒤를 쫓지만 루키아는 사신의 능력을 인간에게 넘긴 죄로 또 다른 사신들의 추격을 받는데. 

영화 '블리치'는 원작 만화의 사신대행 편에 해당하는 이야기를 요약하고 새롭게 재구성했으며 애니메이션으로 치면 1기에 해당한다. 사토 신스케 감독은 '간츠', '아이 엠 어 히어로', '이누야시키' 등 애니메이션을 성공적으로 실사화한 경험이 많은 연출자다. 하지만 359만 달러의 제작비를 투입한 이 작품은 일본 내에서도 손익분기점에 한참 못미치는 성적으로 흥행에 참패했다.

쿠보 다이토는 과거 자신의 원작만화를 실사화하는 것에 반대하는 입장을 밝힌 적이 있으나 이 영화의 제작이 발표되었을 때는 만화와 애니메이션에 충실한 작품을 만들어 기존의 팬과 새로운 팬이 모두 즐길 수 있게 하겠다며 참여를 결정했다.

영화는 만화와 애니메이션에서 드러나는 과격한 액션과 과장된 코믹 장면을 제외하고 이야기를 처음 접하는 관객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세계관과 인물들의 관계 구축에 중점을 두다 보니 톤이 다운되고 설명이 많아져 밋밋해졌다.

이는 매체성을 무시하고 애니메이션을 그대로 혹은 무리하게 압축, 실사화한 데서 비롯된 문제이기도 한데, 그렇다 보니 CG를 비롯한 수준 높은 시각 효과가 더해진 매끄러운 액션 시퀀스는 볼 만해도 상대적으로 애니메이션보다는 훨씬 심심한 작품이 되어버리고 말았다.

사토 신스케 감독은 이치고와 루키아의 우정을 이 영화의 중요한 테마로 꼽았지만 그 때문에 원작이 가진 독창성은 평범해져 버린 듯하다. 또 원작이 가진 독창적 세계관과 설정들을 실사에서 더 창의적으로 구현하는 데도 실패했다.

한편, 스기사키 하나는 연기력이 뛰어난 배우이지만 애니메이션을 이미 본 사람이라면 그녀가 연기하는 루키아에 대해 아주 큰 위화감을 느낄 듯하다. 다른 조연들도 이야기에 영향을 미치는 역동적 존재가 아닌 단순한 배경으로서만 존재할 뿐이어서 아쉬움을 준다.

댓글

Designed by JB FAC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