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 더 더스트' 영화 후기, 의문의 먼지 속에 갇혀버린 세상

'인 더 더스트 Dans la brume, Just a Breath Away, 2018'를 보았습니다. 프랑스와 캐나다가 합작한 SF 영화로, 퀘벡 출신의 다니엘 로비(Daniel Roby) 감독이 연출했습니다. 각본은 '워킹 데드 나잇'을 썼던 귀욤 레만스(Guillaume Lemans)가 맡았습니다. 다니엘 로비 감독은 이 작품으로 제22회 판타지아 영화제 최고 작품상을 수상했습니다.

덴마크와 스웨덴을 강타한 지진이 파리에도 닥칩니다. 지진 이후 땅속에서 알 수 없는 먼지가 피어오르고 건물 지붕에 닿을 정도로 높이 올라가 파리 전역을 뒤덮습니다. 먼지에 갇힌 사람들이 그 자리에서 목숨을 잃게 되자 파리 시민들은 살아남기 위해 높은 곳으로 도망칩니다.

'스팀베르거'라는 희귀질환을 타고난 딸 사라(팡틴 아흐뒤엥 Fantine Harduin)와 함께 살고있는 마티유(로망 뒤리스 Romain Duris)와 안나(올가 쿠릴렌코 Olga Kurylenko) 부부. 사라는 생존을 위해 특수 제작된 원통 유리방에 살고 있습니다.

갑작스런 지진으로 독성이 있는 먼지가 피어오르자 마티유와 안나는 사라를 두고 우선 꼭대기 층에 살고 있는 노인 부부의 집으로 피신합니다. 그리고 두 사람은 딸을 데리고 친구의 집으로 대피하기 위해 시내의 실험실에 있는 특수복을 찾아오려고 합니다.

'인 더 더스트'는 파리에서 벌어진 거대한 재난에서 살아남으려는 한 가족의 이야기를 다룹니다. 프랭크 다라본트 감독의 걸작 '미스트'(The Mist, 2007)를 생각나게 하지만 이 작품만의 독창성이 있습니다. 플롯 라인이 짧은 편이고 1,127만 유로라는 저예산의 제작비가 들어갔지만 상당히 영리하고 볼 만한 생존 스릴러입니다.

인간의 의지를 무력하게 만드는 거대한 자연 재난, 가족을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가장, 그리고 딸을 살리기 위한 부모의 희생, 이웃을 돕고 죽음을 담담하게 받아들이는 노부부 등 이미 많이 보아왔던 익숙한 상황과 코드들이 가득하지만 재앙의 소재가 도시를 덮은 미스터리하고 치명적인 먼지라는 새롭고 독창적인 설정 때문에 단순하지만 신선하고도 긴박한 스릴이 있는 재미를 줍니다.

영화는 규모가 작고 결말이 예측 가능하지만 파리의 지형과 아름다운 도시 환경을 활용한 각본은 익숙하면서도 잘 짜여져 있습니다. 다니엘 로비 감독의 연출은 간결하면서도 역동적이며 기술적인 특수효과도 준수합니다.

주연 배우인 올가 쿠릴렌코가 프랑스어를 구사하는 것도 색다르고 매력적입니다. 또 마치 한국영화 같은 약간의 신파가 있지만 억지스럽거나 과도하지 않습니다. 마지막으로 영화의 결말이 비관적일 수 있지만 '미스트'만큼 최악의 비관적 결말은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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