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탄이 두려워한 대장장이 Errementari: The Blacksmith and the Devil, 2017' 영화 후기, 스페인의 전설을 담은 판타지

'사탄이 두려워한 대장장이 Errementari: The Blacksmith and the Devil, 2017'를 보았습니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필름인 이 작품은 폴 우르키조 알리조(Paul Urkijo Alijo) 감독이 각본과 연출을 맡은 스페인 판타지 공포 드라마입니다. 폴 우르키조 알리조 감독은 각본과 연출 외에도 기획과 제작, 편집까지 담당했으며, 이 영화는 그의 장편 데뷔작이기도 합니다.

19세기 초 스페인 북부 바스크 지방의 한 마을. 제1차 스페인 내전에서 돌아온 대장장이 파치(칸디도 우란가 Kandido Uranga)는 마을 사람들을 피해 은둔자와 같은 삶을 살아갑니다. 그를 두려워한 마을 사람들은 그의 집인 대장간 근처에는 얼씬도 하지 않습니다.

그런데 정부 조사관 알프레도(라몬 아기레 Ramon Agirre)가 마을에 나타나 전쟁 중에 사라진 전리품인 금을 찾기 위해 대장간을 조사하려고 합니다. 그 와중에 성당에서 자란 어린 고아 소녀 우수에(우마 브라카글리아 Uma Bracaglia)는 못된 동네 아이들이 던져버린 자신의 인형을 찾으려고 대장간에 들어갔다가 새장 속에 감금되어 있는 소년(에네코 사가르도이 Eneko Sagardoy)을 발견하게 됩니다.

'사탄이 두려워한 대장장이'는 스페인 바스크 지방의 민속 신화와 전설을 수집하고 연구했던 바스크 출신의 인류학자이자 신부인 J. M. 바란디아란(Barandiaran)이 쓴 단편 '대장장이 파치'(Patxi errementaria)를 바탕으로 만든 작품입니다. 대장장이와 악마가 싸우는 이야기는 바스크 지방의 오래된 우화이며, 폴 우르키조 알리조 감독도 바스크 출신으로 영화 속 대사들은 스페인에서 지난 80년대 후반까지 금지되었던 바스크어를 사용합니다. 

영화는 어두운 동화 같은 플롯에다 많은 미스터리와 반전이 있는 매력적인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이야기는 단테의 '신곡'이나 괴테의 '파우스트'를 떠올리게 하는데, 기예르모 델 토로 감독의 영화 '판의 미로 - 오필리아와 세 개의 열쇠'와 특히 한국 영화 '신과 함께'도 연상이 됩니다.

구전되는 옛날 이야기를 영화화했기 때문인지 마치 고전 영화를 보는 것 같은 느낌이 드는데, 적은 제작비에 비해 효과적으로 영화를 찍었습니다. CG를 사용하지 않고도 악마와 지옥을 표현한 특수 분장과 효과들 그리고 의상을 포함한 미술 등 전체적인 비주얼도 훌륭해 보기가 즐겁습니다.

설정이 다소 길고 산만해 초반 전개는 좀 느린 편이지만 뒤로 갈수록 초자연적이고 흥미로운 전개가 이어집니다. 바스크 지방의 민간 전승에 대한 폴 우르키조 알리조 감독의 존경심이 깃든 이 독특한 영화는 속죄와 희생이라는 도덕적인 이야기와 함께 종교적 위선에 대한 풍자도 담고 있습니다.

댓글

Designed by JB FAC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