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메리칸 페이블 American Fable, 2016' 비극적인 미국의 우화

'아메리칸 페이블'은 스릴러 드라마로, 앤 해밀턴 감독이 각본과 연출, 제작까지 맡은 독립영화 스타일의 인상적인 데뷔작이다. 대학에서 법과 철학을 공부한 앤 해밀턴 감독은 테렌스 멜릭 감독의 '트리 오브 라이프' 작업 때 1년간 인턴으로 일하고 2014년 AFI 워크샵을 졸업한 경력이 있는 젊은 여성 신인감독이다. 

1982년 위스콘신의 한 농장. 11살의 어린 소녀 기티(페이튼 케네디)는 다정하고 자상한 농부 아빠 에이브(킵 파듀), 임신한 채 공장에 다니는 엄마 사라(마시 밀러), 그리고 때때로 자신을 괴롭히는 오빠 마틴(개빈 매킨토시)과 함께 행복하게 살고 있다. 하지만 주변의 여러 농가들은 높은 대출 이자 때문에 재산을 잃고 대기업에 그들의 농장을 넘기는 형편이다.

한편 기티는 농장의 곡물저장고에 갇혀 있는 조나단(리차드 쉬프)이라는 중년 남자를 발견하고 그와 시간을 보내면서 친구처럼 가까워진다. 그러는 동안 이웃 농장 사람들의 자살 소식이 연이어 들려오고 기티의 집에도 여지없이 불행은 찾아온다. 기티의 집에는 정체를 알 수 없는 베라(줄레이카 로빈슨)라는 도시 여자가 찾아오고 기티의 아빠는 가족과 농장을 위해 결국 위험한 선택을 하고 마는데.

'아메리칸 페이블'은 길예르모 델 토로 스타일의 판타지가 섞인 고딕 스릴러로, 1980년대를 배경으로 당시 미국 중서부 농가들이 처했던 냉혹한 현실을 그리고 있는데 당시 레이건 정부의 경제정책에 대한 비판도 담겨 있다.

1980년대 레이건 정부는 2차 오일 쇼크로 인한 인플레이션을 억제하기 위해 고금리 정책을 써서 금리를 급등시켰는데 이것이 강달러의 원인이 되었다. 이 일로 당시 많은 미국 농가들이 급등하는 금리 때문에 대공황 이후 최악의 경제 위기를 겪었으며, 고금리를 못 이기고 재산을 압류당하거나 토지를 잃어버리고 강제로 쫓겨나기까지 했다고.

앤 해밀턴 감독은 SXSW 영화제의 인터뷰에서 현재 미국이 당면한 분열이 1980년대에 시작되었으며 이 작품은 그에 대한 우화라고 밝혔다. 그리고 1980년대의 이야기를 만든 이유가 현재의 정치적이고 사회적인 중요한 이슈들에 대해 더 자유롭게 이야기할 수 있기 때문이라면서 사람들이 과거를 제대로 보지 못하고 낭만적으로만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앤 해밀턴 감독이 분열을 지적했듯이 주인공 기티는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는 것과 가족을 위한 길 사이에서 점차 찢겨져 버린다.

해외 평단과 관객들은 기티의 오빠 마틴이 조나단을 죽이고 자기 동생까지 죽이려는 것에서는 설득력이 약하고 정체를 알 수 없는 베라와 기티 주변을 맴도는, 검은 말을 탄 뿔 달린 악마에 대한 서브 플롯은 설명이 부족하다고 평가했다.

앤 해밀턴 감독은 이 작품을 위해 '판의 미로'와 '샤이닝', '세븐'을 보면서 스타일을 연구했다고 한다. 그녀는 '트리 오브 라이프'처럼 광각 렌즈를 이용해 광활한 시골 풍경을 담아내고 유연하게 움직이는 카메라, 황금색 빛깔과 다양한 색채를 활용하는 비주얼을 통해 작품을 신비하고 동화적으로 보이게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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