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 올림픽, 여장 남자선수를 찾아라

2007년 9월, 인도에서 산티 순다라얀이라는 단거리 육상선수가 농약을 먹고 자살을 시도한 안타까운 사건이 일어났다. 산티 순다라얀은 2006년 카타르 도하에서 열린 아시안게임에서 800미터 달리기에 출전해 은메달을 목에 걸었으나 성별검사를 받은 후 메달을 박탈당했고 그로 인해 무수한 모욕과 고통을 겪었다. 

베이징 올림픽의 대회 준비가 막바지에 이른 지난 달 말, 중국은 공정한 대회 운영을 위해 남녀가 구분되는 경기에 출전하는 여자 선수들을 대상으로 엄격한 성별검사를 실시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모든 여자 선수가 대상은 아니고 심각한 의혹이 제기되는 경우에 한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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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의 <가디언>지는 7월 30일자 기사에서 이 같은 중국의 발표를 전하면서 스포츠 역사상 가장 성별 논란이 심했던 몇 가지 사례들을 소개하고 있다. 이 사례들은 올림픽에서 경쟁을 해야 하는 여자 운동선수들의 성별 문제가 결코 간단한 것이 아님을 보여준다.





 


1. 산티 순다라얀

1981년생인 산티 순다라얀은 평생을 여자로 살아왔지만, 도하 아시안게임에서 메달을 딴 이후 산부인과 의사, 내분학자, 심리학자, 그리고 유전자 전문가가 실시한 성별검사에서 실격하고 말았다. 검사의 정확한 결과는 외부에 발표되지 않았지만, 그녀는 여성적인 신체적 특징을 지니면서도 남성 염색체를 갖고 있는 안드로겐 불감성 증후군인 것으로 알려졌다. 성전환 수술을 받은 바 있는 캐나다의 싸이클 선수 크리스튼 울리는 산티가 대중들 앞에서 모욕을 겪는 것은 그녀가 가진 신체적 조건에 대한 무지 때문이라면서 메달을 돌려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2. 에디낸시 실바

브라질의 유도 선수인 에디낸시 실바는 남자와 여자의 성기를 모두 가지고 태어났는데 1990년대 중반에 수술을 받고 여자로 살 수 있게 되었다. 이후, 그녀는 1996 애틀랜타 올림픽, 2000 시드니 올림픽, 2004 아테네 올림픽에 모두 참가했고 시드니에서는 호주의 유도 선수 나탈리 젠킨스를 누른 바 있다. 그런데 나탈리 젠킨스가 기자회견에서 실바를 끊임없이 '남자'로 지칭하면서 실바의 성별에 문제를 제기했고, 실바는 입안의 상피세포 검사를 통해 자신이 여성임을 증명했다.

3. 도라 라트젠

1936년 베를린 올림픽에서 히틀러는 아리안 민족의 우수성을 과시하기 위해 독일 선수들의 승리를 필요로 했다. 여자 높이뛰기 경기에 출전한 도라 라트젠은 음성이 굵었고 다른 여자 선수들과 샤워장을 같이 쓰지 않았다. 당시 여자 높이뛰기에서 은메달을 땄던 도로시 타일러는 음성과 체격을 보고 도라 라트젠이 남자임을 알았다고 말한다. 실제로 도라 라트젠은 허만 라트젠이라는 이름의 남자였고 히틀러 소년단원을 지냈다. 그는 나치의 강제에 의해 여자 선수로 출전했던 것이라고 말했다.

4. 스텔라 월시

한때 세상에서 가장 빠른 여자였던 폴란드계 미국인 스텔라 월시는 1932년과 1936년 올림픽에서 폴란드 대표로 100미터 경주에 출전해 각각 금메달과 은메달을 땄다. 그녀는 평생을 여자로 살았고, 미국인 남자와 짧은 결혼생활을 갖기도 했다. 그러다가 1980년에 오하이오 클리블랜드의 한 쇼핑몰에서 우연히 무장강도에게 피살당한 이후 검시과정에서 남성의 성기관을 지니고 있음이 밝혀졌다. 하지만 그것이 그녀가 반드시 남자라는 사실을 증명하는 것은 아니었다. 그녀는 또 모자이크 현상이라고 부르는 유전자 조건, 즉 남성과 여성의 염색체를 모두 가지고 있었다.

5. 하이디 크리거

동독의 투포환 선수였던 하이디 크리거는 16살 때 코치를 통해 스테로이드와 피임약을 복용하면서 몸무게가 불어나고 근육이 붙고 체모가 자라기 시작했다. 1986년 당시 스무 살이었던 그녀는 유럽 챔피언이 되었다. 하지만 지나치게 발달한 그녀의 체형은 골격에 엄청난 부담을 주어 의학적인 문제를 일으켰고, 약 때문에 조울증과 우울증을 겪고 자살을 시도하기도 했다. 그녀는 1990년대 중반에 성전환 수술을 받고 이름을 안드레아스로 바꿨다. 하지만 이미 자신의 성별에 대해 혼란을 느낀 크리거는 <뉴욕타임즈>와의 인터뷰에서 자신이 남성이 되고 싶은지 여성이 되고 싶은지 알 수 없었다고 말했다. 그녀는 2000년에 있었던 맨프레드 이월드의 재판에서 자신이 기계처럼 이용당했다고 증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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