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부라 게이트 Suburra, 2015' 이탈리아 네오 느와르

'수부라 게이트'는 범죄소설 작가 지안카를로 드 카탈도와 언론인 카를로 보니니가 함께 쓴 같은 제목의 소설을 스테파노 솔리마 감독이 스크린에 옮긴 범죄 스릴러 영화다. 원작자인 지안카를로 드 카탈도와 카를로 보니니는 각색에도 공동으로 참여했다.

2011년 11월, 최악의 경제난과 총리의 부패 스캔들로 인해 이탈리아의 국회는 혼돈 상태다. 총리의 사퇴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는 상황에서 마피아 조직과 종교계의 막후 실력자인 '사무라이(클라우디오 아멘돌라)'는 여당 의원인 말그라디(피에르프란체스코 파비노)와 함께 마지막으로 로마 교외의 수부라 지구에 대한 재개발법안을 밀어붙인다.

그런데 말그라디와 호텔에 함께 있던 어린 여성이 약물 쇼크로 숨지자 사체 유기를 맡아 처리했던 아나클레티 패밀리의 젊은 마피아가 말그라디를 협박하며 수부라 재개발의 이권을 요구한다. 궁지에 몰린 말그라디는 다른 마피아인 넘버8(알렉산드로 보르기)을 동원해 자신을 협박하던 그를 제거한다.

하지만 파티플래너 세바스티아노(엘리오 게르마노)로부터 그 사실을 알게 된 죽은 마피아의 형 만프레디(아다모 디오니시)가 동생을 위해 복수를 실행하고 이권을 차지하기 위해 뛰어들면서 조직 간의 전쟁이 벌어진다.

'수부라 게이트'는 누가 보기에도 '베를루스코니'를 가리키는 이탈리아 총리의 사퇴 7일전부터 사임 당일까지 부패 정치인의 스캔들과 이권이 걸린 마피아 간의 싸움과 몰락을 담았다. 스테파노 솔리마 감독은 다큐멘터리 카메라맨 출신답게 영화를 사실적으로 이끌어나가는데, 부패가 작동하는 방식을 묘사하기보다는 각각의 인물에 집중한다.

영화는 인간의 욕망이 파멸에 이르는 과정을 비정하면서도 몽환적으로 그리는데, 극중에서 '사람이 나이가 들면 식욕도 떨어진다'는 사무라이의 노모가 하는 말처럼 각자의 욕망을 위한 치열한 싸움의 끝은 아주 허무하다. 또 그러면서도 부패한 정치인이든 잔인한 폭력 조직이든 비정한 배후 인물이든, 욕망을 위해 벌이는 지옥 같은 전쟁의 배후에는 각자 자기 자신과 연인, 그리고 가족에 대한 사랑이라는 단순한 아이러니가 있다.

영화는 초반부에 각각의 플롯들이 병렬로 나열될 때는 이야기가 다소 산만하지만 사태의 전모가 하나로 모이면서 마지막까지 굉장한 집중력을 발휘한다. 또 네오 느와르 영화답게 촬영과 조명, 미장센이 좋고 꿈결 같은 분위기를 더해주는 엠비언트 팝 밴드 M83의 음악들도 아주 적절하다. 제작비는 700만 유로(약 95억 원)로, 전 세계에서 현재까지 약 500만 달러의 수익을 올리고 있다.

해외 평단과 팬들은 '수부라 게이트'에 대해 거의 대부분 호평 일색이다. '인간의 본성과 행동에 대한 탐구', '심미적이고 감각적인 스릴러', '서사시적 야심을 가진 거대한 범죄 드라마', '그리스 비극을 연상시키는 앙상블 스릴러', '잔인한 리얼리즘 영화'라는 평가와 함께 '사운드트랙이 아주 좋다', '탁월한 연기, 특히 말그라디 역의 파비노의 연기가 환상적이다', '사실적인 액션씬', '두 시간이 넘지만 전혀 지루하지 않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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