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묘전 妖猫传, Legend of the Demon Cat, 2017' 쿠카이와 아름다운 왕비의 수수께끼

'요묘전'은 중국과 일본이 합작한 미스터리 판타지 영화로, 일본 작가 유메마쿠라 바쿠의 소설 '사문공해, 당나라에서 귀신과 연회하다'를 중국의 거장 천카이거 감독이 스크린에 옮겼다. 천카이거 감독은 각색에도 참여했다.

당나라 현종의 호위무사인 금오위 진운초(친하오)의 집에 인간의 말을 할 줄 아는 검은 고양이가 나타나 그의 부인 춘금(장우기)에게 접근한다. 밀교 탄트라를 공부하기 위해 청룡사를 방문한 일본인 법사 쿠카이(소메타니 쇼타)는 사관인 동시에 현종과 양귀비(장용용)에 관한 시를 쓰던 시인 백거이(황헌)와 함께 황제의 병환 뒤에 악령이 들린 검은 애묘가 있음을 알아차린다.

황제가 죽고 세자마저 위험에 놓이자 쿠카이와 백거이는 검은 고양이의 존재를 찾아 진운초의 집에까지 이르고, 검은 고양이의 복수와 원한이 현종이 양귀비의 죽음을 방치한 데 있음을 알게 된다. 둘은 현종과 가까웠던 일본인 아베노(아베 히로시)의 일지를 통해 현종과 양귀비, 그리고 술사 황학의 제자인 백룡(류호연)과 단룡(구호)의 관계에 대해 알아가게 되는데.

'요묘전'은 1억7천만 달러가 넘는 제작비와 5년간의 제작 기간을 거친 블록버스터 대작으로, 공개 이후 지금까지 중국 본토에서만 1억5천5백만 달러가 넘는 수입을 올렸다. 소메타니 쇼타와 아베 히로시도 제작에 참여했으며, 일본에서는 '쿠카이와 아름다운 왕비의 수수께끼'라는 제목으로 공개되었다.

영화는 천카이거 감독의 스타일리시하고 정교한 연출이 돋보이고, 당나라의 화려했던 수도 장안을 CG로 재현하는 등 판타지 드라마로서 스펙터클한 볼거리가 풍성하다. 하지만 스토리텔링에서는 화자의 시점을 쿠카이로 집중하고 전체 시간을 줄여 백룡과 양귀비의 감정선을 잡아나가는 멜로 플롯이 더 강화되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그러나 원작이 일본인 쿠카이가 주인공인 일본 소설인 탓에 중국 중심의 이야기를 만들기 위해 천카이거 감독이 백거이의 이야기를 강화하는 쪽으로 선택을 한 듯하다.

유메마쿠라 바쿠는 우리에게 잘 알려진 소설 '음양사'의 작가로, 1988년부터 2004년까지 17년 동안 이 영화의 원작 소설을 썼다고 한다. 영화 속 주인공 쿠카이(空海)는 일본 헤이안 시대의 밀교승으로서 '음양사'의 아베노 세이메이와 함께 일본 역사에서 실존한 대표적인 주술사이며 당나라의 청룡사에서 밀교를 전수 받아 일본에 전한 인물이다.

또 한 명의 극중 화자이자 주인공인 백거이는 당나라의 시인으로, 현종과 후궁 양귀비의 비극적 사랑을 그린 서사시 '장한가'가 바로 그의 대표작이다. 당나라 6대 황제인 현종은 '안사의 난' 당시 피난을 가던 중, 마외파에서 양귀비의 사촌 오빠인 양국충을 반대하는 진현례를 중심으로 호위무사들의 반란이 일어나자 자신이 살기 위해 양귀비가 죽도록 내버려두었다. 양귀비는 결국 나무에 목을 매달아 자결했는데, 환관에게 살해되어 생을 마감했다고도 한다.

유메마쿠라 바쿠는 백거이의 '장한가'와 쿠카이의 당나라 유학 시절이라는 역사적 사실에 상상력을 더해 환상소설을 썼다. '장한가'에는 영화와 마찬가지로 도사의 환술로 양귀비의 영혼을 찾는다는 내용이 나온다.

해외 평단은 '요묘전'에 대해 대체로 호평하면서 '눈부신 비주얼과 초자연적 미스터리는 관객에게 열광과 포기를 함께 권유한다', '천카이거는 역사적 사회적 우화로 명성을 얻었지만 이 영화는 스토리텔링보다 스펙터클을 강조했다', '반복되는 환상의 모티프는 사랑과 불멸을 추구하는 것이 소용이 없고 삶 자체가 환상이라는 쿠카이의 깨달음과 이어진다' 등의 평가를 내렸다.

팬들은 '아름다운 장면뿐 아니라 깊은 이야기가 있는 영화', '천카이거의 우아하고 시적인 스타일이 고스란히 드러나는 영화', '거울을 보는 듯한 두 가지 이야기 구조', '사랑과 배신에 대한 이야기', '당나라의 위대함을 말하면서도 어두운 권력과 인간성에 대해 이야기한다', '혼란스럽고 전개가 느려 지루하다', '전반부와 후반부의 이야기 톤이 다르다. 전반부가 더 낫고 후반부는 연출이 통제력을 잃었다', '미스터리의 연결이 끊어져 있다', '셜록 홈즈와 왓슨이 등장하는 해리 포터 이야기 같다', '아베 히로시가 맡은 아베노 나카마로는 굳이 필요없는 듯', '영상미가 압권이지만 쿠카이의 이야기는 아니다', '양귀비 역의 장용용이 너무 아름답다' 등의 의견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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