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를 보는 나 Kita Kita, I See You, 2017' 후기, 일본 영화를 닮은 필리핀 인디 영화

'너를 보는 나 Kita Kita, I See You, 2017'를 보았다. 필리핀 멜로 드라마 영화인 이 작품은 여성 감독인 시그리드 안드레아 베르나르도(Sigrid Andrea Bernardo)가 각본과 연출을 맡았다.

삿포로에서 여행 가이드를 하고 있는 필리핀 여성 레아(알레산드라 드 로시 Alessandra de Rossi)는 결혼을 약속한 일본인 남친의 외도를 목격한 뒤 그 충격으로 일시적 실명을 겪는다.

레아가 절망에 빠져 있을 때 토뇨(엠포이 마르케즈 Empoy Marquez)라는 필리핀 남성이 앞집에 이사를 온다. 냉담한 레아의 거절에도 불구하고 토뇨는 계속 그녀 앞에 나타나 친구가 되고 싶다며 말을 건다. 레아는 토뇨의 친절함과 정성에 결국 마음을 열고 그를 받아들이는데.

'너를 보는 나'는 필리핀에서 당시까지 가장 높은 수익을 올린 독립 영화로, 'CNN 필리핀'이 지난 25년 동안 로맨틱 코미디 장르에서 나온 최고의 영화로 선정하기도 했다. 제작비로 21만 달러를 들인 이 작품은 필리핀의 유명 배우 피올로 파스쿠알(Piolo Pascual)이 공동 제작자로 참여했는데, 그는 토뇨 역을 자신이 맡고 싶어했지만 원래 코미디언인 엠포이 마르케즈에게 역할을 넘겼다고 한다.

영화는 일본 멜로영화의 플롯과 스타일에서 많은 영향을 받은 것처럼 느껴지는데, 일반적인 로맨틱 코미디와는 다소 유형이 다른 작품이다. 이야기는 복잡하지 않지만 극 초반에 충격을 받은 주인공 레아는 비교적 이른 시간인 극의 중후반에 또 한 번의 변곡점을 맞는다. 그리고 상당히 긴 플래시백이 토뇨의 비밀스런 이야기를 그린다.

영화는 플래시백을 많이 사용하는데, 플래시백으로 복선을 회수하는 짜임새는 좋지만 너무 길어서 반전의 효과를 떨어뜨린다. 또 플롯의 전개뿐 아니라 감정적인 연결을 위한 플래시백의 분량도 너무 많아 영화를 지루하게 만든다.

시그리드 안드레아 베르나르도 감독은 사람을 보지 않고도 사랑에 빠진다는 컨셉에 초점을 맞추었다고 밝혔는데, 토뇨의 행동은 감독의 의도와는 다른 관점이 될 수도 있다. 한편에서는 영화가 오히려 스토킹을 낭만적으로 다루었다는 비판이 존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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